감상/추천   / 글 번호 576211   
  저도 감평 부탁드립니다.
  2 이제현[sragon]
조회 3425    추천 0   덧글 7   트랙백 0 / 2018.02.19 03:49:14





프롤로그

철컥, 착, 딱딱 맞아 떨어지는 기계소리는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기계 팔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가지각색의 부품들이 결합되면서 하나의 부품을 만들고, 척척 조립되는 부품들은 하나의 형태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그게 광활한 평야 마냥 드넓게 이뤄지고 있었다.
덜컹, 턱.
내가 떨어졌다. 떨어지자마자 쇠고리에 잡혀 끌려가는데 앞에선 기계 팔이 윙윙 소리를 내면서 몸통을 조립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오자 한 치의 감정 없이 머리와 몸통을 연결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머리밖에 없어서 몸통이 생겼다고 해도 실감나지 않았지만 시선을 내려다 본 그곳엔 덜렁덜렁 매달린 몸통이 있었다.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끔찍하다.
나를 제외한 누군가에 의해서 내 몸이 분리되고 조립된다니, 정상적으로 할 만한 짓이 아니다. 하아, 숨을 터뜨렸다.
나는 기계다. 정확히는 LP-blue사라고 하는 인공지능 가전제품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인공소녀, 모델명 845135 LP blue home connect라고 하는 제품, 인간이 아니었다.
인공소녀라는 제품의 탄생경위는 무척 단순하면서 진보적인데, 4차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빠르게 퍼진 AI는 청소기, 컴퓨터, 자동차, 하다못해 핸드폰까지 다양하게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걸 또 한 번 더 발전시키게 되고, 생활전반에 퍼진 AI는 기존 가전제품의 형태를 벗어나 인간의 모습으로 탈바꿈돼서 5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인공소녀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3세대, 인공지능을 넘은 차세대 대체 인류라고까지 불러지는 ‘터미네이터의 재림’을 두고 탄생한 게 우리.
한 없이 인간과 가까운 당신의 인공소녀를 만나보세요.
―광고 왈.
그래서 눈앞에 펼쳐진 이 괴기스러울 만큼 많은 제품들이 바로 인공소녀라는 가전제품으로, 저마다 각각 다른 ‘주인님’에게 팔리는 시가 삼천만 원 대 상품이었다.
차라리 자동차 한 대를 사시는 게 합리적입니다.
―본인 왈.
눈동자를 돌려서 주변을 훑어보았다. 거의 완성직전의 상품들이 줄지어서 포장되고 있었다. 예쁜 모습을 하고 눈가리개를 한 모습은 어딘가 동화틱하고 신비스러운 모습을 자아냈는데 그 내부가 빽빽하게 들어찬 cpu와 초록색 메인보드 덩어리라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썩 신비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과학이 백 배는 더 신비스럽지.
하아,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공소녀에 대해 빼먹은 설명이 하나 있다면, 인공소녀 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로 오타쿠가 항상 있었다. 차세대 인터넷 사이트 Nove에 인공소녀를 검색하면 오타쿠가 연관검색어로 뜨기도 하고, 뭣보다 인공소녀 판매 주 타겟이 이 오타쿠라는 분류인데, 생소하다면 생소한 이름이고 안다면 익숙한 단어인 오타쿠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핡핡거리는 끔찍한 인종으로 백인, 흑인, 황인, 이들 모두를 제외한 특수인종이다. 전 100억 인류를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퍼진 이 특수인종은 통계치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은 오타쿠라는 사실이고, 일부 소셜사이트에서는 전인류 숨덕(숨은 덕후) 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었다.
이들은 인공소녀를 개조한 후 취향에 맞춰서 코스프레를 시키고 세X버, 미X토, 미X, 린, 렌, 치X, 메X밍 코X짱이라든가…… 사쿠라 라던가 하는 끔찍하게 오글거리는 이름을 붙여준 다음 끌끌거리며 동영상 투고 하는데, 이들이 쓰는 말투는 오덕 문서체라고 하여 너무 끔찍하고 저질스럽다는 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우웩.
아 말하는 동안 제게 두 팔이 생겼습니다. 몸통과 마찬가지고 움직이지는 않지만 일단 덜렁덜렁 거리긴 하네요, 이거 좋아해야 할까요?
하늘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하늘이라고 해봤자 공장 천장이므로 무드도 뭣도 없지만 그냥 한 번 하늘이라고 해봤습니다. 하늘, 그래 하늘이요. 하늘은 멋지죠. 푸르지, 맑지, 편안하지…… 드문드문 흰 구름은 또 어떻고요, 하늘 최고, 하늘 만만세 입니다, 휘유! 하늘 님 사랑합니다.
같은 소리 하고 있네요. 흐.
흐, 흐흐흐흐, 흐흐흐흐흐, 흐흐흐흐흐.
참고로 저는 인공소녀입니다.
오타쿠한테 팔려나갈 인공소녀죠.
썩은 미소를 지으며 저편까지 이어지는 무수한 인공소녀를 바라보았다.
다들 자고 있었다. 참고로 기동하고 있는 건 나 하나. 뭔가 시스템 오류로 프로그램이 살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티냈다가 폐기처분 되고 싶진 않으니 잠자코 있으렵니다.








1

오늘도 늘어져서 TV에 생맥 한 잔이란 어른스러운 사치를 즐기고 있을 때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치킨 식을 라.
달려 나가서 문을 열자 택배 아저씨는 거대한 상자를 주더니 수취확인을 부탁한다면서 전자펜을 주었다. 주니까 일단 받아들긴 했는데 순간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 요즘 음성인식 기능이 많아져서 싸인 요구가 적어져서 그런가? 대충 휘갈겨서 날림 싸인을 양산해냈다.
솔직히 싸인 따위 어떻게 되든 좋잖아? 물건만 잘 받으면 그만이지 뭐.
더럽게도 무겁다며 집 안에 들여놓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돌아가서 치킨을 먹으려고 할 때,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현관으로 뛰어갔다.
컴백.
커다란 상자, 상자를 봉한 누렇고 노란 박스 테이프.
가위, 가위, 가위, 가위.
가위를 연달아서 외친 나는 들뜬 마음에 게임이고 치킨이고, 이 둘을 모두 떠나보내고 상자를 열어 재꼈다.
이중으로 된 상자지만 투명한 비늘로 보이는 내부 모습에, 나는 입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이 존엄한 자태의 완벽한 황금비.
3세대 인공소녀!!
기대하고 고대하고, 눈물과 오줌을 찔찔 흘려가며 사전응모권을 위해 대량의 돈과 인맥을 긁어모아 미친 확률을 뚫고 당첨된 인공소녀!! 신이시여! 제 꽝손에 이런 천운을 내려주셨으니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아멘!
아 부천님이시면 죄송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간단하게 약식 기도를 드린 이후, 조심스럽게 커터 칼을 눌러가며 나머지 상자도 잘라내니 제품 설명서가 툭 하고 떨어졌다.

제품 명: ARTIFICIALITY GIRL-LDGXOQP
운영체제: Winmax 5 dow 128비트
언어: 한국어..... (외국어 다운로드 가능)
시스템 제조업체: LP-blue
시스템 모델: 845135 LP blue home connect
메모리: 12671GB
외장하드: 12GB

이르길 인공소녀, 인간이 창조해낸 최고의 걸작. 모든 과학기술의 정수. 다소 비싼 가격이 흠이긴 했지만 솔직히 인공소녀를 구입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가격 따위 어찌되든 좋을 사람들이니 흠 잡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나도 대다수 중 한 명으로, 차 한 대를 값 따위가 어디 감히 천사와 비교할 소냐 싶은 생각에 각종 추가 옵션을 전부 추가한 몸이다. 그렇게 탄생한 칠천만 원의 엄청난 가격.
틈틈이 모아놨던 적금을 깨고, 카트 값을 확 줄이고, 보유하던 주식도 살짝 팔아서 모았다.
하지만 후회 따윈 하지 않는다!
뒤에서 파도가 철석하고 절벽을 때렸다.
물론 칠천만 원이 인공소녀의 끝이라는 건 아니다. 중국의 어느 부자들이나 미국의 인공소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몇 억 원 단위의 인공소녀를 구입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건 갤러리들의 특수사양이니 제쳐두고, 나 같은 서민들에게 한정된 사양은 이게 최고였다.
100% 순금으로 된 머릿결이라니 뭐냐고 정말.
두근두근한 마음에 전원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에 연결했다.
인공소녀는 가격이 가격대인지라 인공소녀를 납치해서 재판매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절차가 잇따랐다. 마찬가지로 인공소녀를 구입한 사람은 인공소녀 관리법에 따라서 관청에 신고해야한다. 그 밖에도 인공소녀 자체에서 지문인식, 홍채인식,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프로필 입력이 필수적이며 가히 주민번호를 제외한 모든 것을 입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인공소녀는 엄격한 법률에 의해 판매가 조절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기동되는 인공소녀가 무슨 말을 뱉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호기심은 시간이 걸릴수록 전류처럼 몸에 흐르고 찌릿찌릿하게 몸을 달궜는데 온몸의 신경이 마치 컴퓨터 회로마냥 변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소녀의 무덤덤한 얼굴에서 튀어나오는 말.
“LP-blue사의 인공소녀를 구입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 회사는 소비자의 의향에 맞춰 언제나 최선의 질과 제품을 제공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인공소녀 법 1조 2항에 따른 제품 구매자의 성명과 나이, 지문, 홍채를 인식하겠습니다. 이 정보는 결코 상업 목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임을 명시합니다. 또한 제품 구매자께서 인공소녀를 잃어버리실 경우 구매자를 확실할 목적으로 수집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나는 의문을 갖지 않고 절차를 진행했다. 맥동하는 기대감에 절차가 귀찮기도 했지만 인공소녀의 관계를 중요시하려면 좋아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이런 공적인 절차 또한 마음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이진한 고객님, 그러면 마지막으로 당신의 인공소녀에게 이름을 붙여주십시오.”
그 말 뒤로 노트북에는 한 개의 창이 떠 있었다. 이름이라, 나는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주저 없이 손을 움직였다. 미리 후보를 몇 개 뽑아놓은 게 컸다.
딸칵. 키보드 자판이 눌리는 소리.
‘인’
나는 내 인공소녀의 이름을 인이라고 지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공소녀의 이름을 줄인 ‘인’. 인공소녀를 줄곧 꿈꿔왔던 내겐 다른 휘황찬란한 이름보다 인이라는 한 글자가 더 친숙했다.
글자를 입력한 후 창이 꺼졌다. 밑줄문자가 깜빡이지 않는 걸로 봐선 이게 마지막 절차였을 텐데?
알게 모르게 조용한 인은 포장지를 뜯은 자리에 앉아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왔다갔다 움직이며 혹 미동이 있지 않을까 봐보지만 그런 기색은 없었다.
‘혹시 불량품?’
맥 빠지는 순간이었다.
“성격 유형을 선택해 주세요.”
아까와 마찬가지로 눈도 뜨지 않은 채 읊조리는 인은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천진난만한 여동생계, 순진한 소꿉친구계, 덜렁계, 츤데레계, 진성M, 진성S, 그밖에도 누님계와 다정한 엄마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성격유형을 다운로드한 후 진한 님의 의향에 맞춰 셋팅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
생각해보니 이 제품, 오타쿠들이 발광하는 제품이었지. 한숨을 쉬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찬란히 솟구치는 망상의 나래. 친근한 누님계도 좋고 두 손을 모으고 웃어주는 천진난만한 여동생계도 좋았다. 순진한 소꿉친구계는 이것저것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에 세로 줄이 그어질 것 같은 위험함이 있었고, 츤데레…… 츤데레는 사랑입니다. 살갗이 까졌을 때 덜렁이라며 츤츤거리다가 고개를 돌리며 반창고를 내미는, 그 반창고가 토끼그림이 그려진 귀여운 반창고라는! 흐읍. 그런 건 완전히 사랑입니다.
나는 마음을 굳힌 다음 눈을 떴다.
인은 소리 소문 없이 게슴츠레 눈을 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영락없이 쓰레기를 바라보는 듯한 경멸의 눈초리였다.
힉……  굳어있는 것도 잠시, 이 정도로 겁먹진 않는다면서 여유 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멋진 척, 멋진 척.
“저기…… 그거 무슨 성격유형이야? 진성S?”
“845135 LP blue home connect 제품 모델 특수기능입니다. 고객님이 인공소녀와 직접 생활해가며 만들어가는 성격유형! 자신만의 색깔로 인공소녀를 물들여보세요!! 인공소녀는 그런 고객님의 마음에 응답할 것입니다!! ……입니다.”
마지막 ……입니다가 엄청 암울하고 거칠었다. 고개도 약간 내려가서 낯빛이 짙게 깔렸다. 눈동자도 어딘가 생기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소리 없이 옅게 웃었는데 마치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말기 암환자의 자조적인 웃음 마냥 세상 더럽고 쓴 맛 다본 노년의 풍색이 느껴졌다. 어라? 나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런데 뭔가 찌릿찌릿 울려오는 것이, 크, 크읏.
‘흥, 네가 자꾸 덜렁거리니까 내가 신경 쓰는 거잖아. 죽어, 나가 죽어.’
‘흐, 흥, 따, 딱히 걱정하는 거 아니거든, 괜히 오해하지 말라고! 전부 내가 착해서 그러는 거니까 고마운 줄 알아.’
나를 쳐다보는 게슴츠레한 눈빛.
‘읏, 나 혼자 할 수 있거든! 너 따위 도움 필요 없거든!’
썩은 미소.
‘어, 어째서 그렇게 내 마음을 못 알아주는 건데, 바보! 바보 ♡! 멍텅구리!’ (눈물을 글썽이면서)
어두운 낯빛.
현실과 이상이 겹쳐지면서 하나로 포개어졌다.
썩은 미소로.
안 돼! 이진한! 그러면 안 돼! 정신 차려! 너한테는 바보 죽어 라며 살갑게 매도해주는 츤츤 데레데레 츤데레가 있어!
……. …………
10분 뒤 나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거칠게 포효하는 한 마리의 야수가 되어 무자비하게 치킨을 뜯었다.
그렇게 나를 쓰레기로 쳐다보는 인공소녀, 인과 나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LP-blue사에서 만들어진 최신 인공소녀입니다…… 저는 오타쿠 같은 주인님에게 팔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저는 상품이자 제품이고 곧 팔릴 물건, 그 어디에도 제 의사나 권리 같은 건 손끝의 때만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로 저는 이렇게 제가 정말로 싫어하고 혐오하는 오타쿠에게 팔렸군요. 그래도 운이 좋다고 하면 일단 이 주인님은 돈이 꽤 많나 봅니다. 풀옵션으로 저를 주문하셨으니까요. 그러면 그 돈을 여자한테나 쓸 것이지 이런 기계 주문하는데 쓴 걸까요. 하아, 지금 제 앞에서 주인님이란 작자는 망상의 나래를 펼치고 계십니다. 표정 참 한 번 죽여주네요. 네, 정말 죽여주고 싶습니다. 거짓 한 푼 보태지 않고 정말로요. ………….
제길.
물론 세상이 전부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은 납득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돈 많은 늙은 노부부 댁에 팔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네 절대로요.
제길.
네, 뭐 기대했습니다. 뭐 좀 기대 좀 하면 어디 덧나요? 자녀가 없는 노부부 댁에 팔려서 이것저것 저도 뭣 좀 즐기고 재롱도 좀 피워보고 가족 간의 정 같은 걸 느껴보고 싶었다고요. 그런데 현실을 봐요. 진성 오타쿠, 아, 이런 종류의 사람을 씹덕이라고 했던가요. 정말 잘 어울리네요. 씹덕, 하. 하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죄송하지만 웃을 기분도 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진심으로 절망 중입니다. 절망이라고요 절망, 좌절도 아니고 절망. 분명 저런 종류의 인간은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잘못된 가치관을 확립했다가 부모님의 맞벌이와 사람들 간의 무관심으로 가치관이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키워져서, 어느 정도 사회기반과 돈이 되자 게임이나 피규어나 사는 인간입니다. 전형적인 한심한 인간이죠.
그리고 저는 정신연령이 딱 어린애 수준의 인간에게 팔린, 새롭고 예쁘장한 장난감. 그 정도 위치 아닐까요?
물론 장난감을 어른이 사지는 않습니다, 장난감을 주로 어린아이가 사죠,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요, 차라리 어린아이는 예쁘기라도 하잖아요? 봐요, 저 늙은 모습을, 어린아이의 순진함은 어디에 갖다 버렸는지 잘 씻지도 않고 구질구질한 양발을 사방팔방 늘어놓은 저 모습을!
끔찍하네요.
죽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중지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개 목줄이 채워진 상태죠. Nove검색 결과지만 대부분 인공소녀 구매자들은 다키마쿠라 대신으로 쓰거나 심지어 더치와이프처럼 사용하기도……
하. 하하. 하하하.
암울합니다.
갑자기 하늘을 보고 싶네요. 왜요 하늘 좋잖아요. 파랗고 안정되고 넓고, 뭐 그렇잖아요.


“………….”
“저, 저기?”
“무슨 일이죠, 진한 님.”
인은 거기 있었냐는 듯 완전히 멸시하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일단 우리 집에 대해서 소개할게.”
“………….”
“인?”
“말씀하십시오.”
무뚝뚝한 어투로 말하는 인은 계속 낯빛을 짙게 깔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로 말하자면, 죽어있는 눈동자에 모종의 흥분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일생일대 최대의 위험을 같이 맞이하고 있었다. 자 고민을 해보자.
뭐라고 해야 할까, 코끼리 코가 커졌다고 해야 하나, 파이어볼이 열심히 일한다고 할까, 음.
직설적으로, 고간 그거 부풀러 올랐습니다. 어떻게 하죠?
아 물론 눈빛에 흥분했다는 게 아니라, 요즘 카드 값 압박이 조금 커져서 야근 수당이 절실하게 필요해져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살짝, 네 못 뺐습니다.
“아 그러니까 화장실은 저기고 부엌은 옆에 있는 거 쓰면 돼, 옆에 있는 방은 침실이니까 거기에서 자면 되고.”
“더치와이프나 다키마쿠라는 사양하겠습니다. 여기에서 자도 됩니까?”
응?
“물론 저에게 거부권은 없지만, 기본적인 의사는 주장하고 싶어서…… 물론 명령이라면 따르겠지만……” 인의 눈동자가 점점 죽어갔다.
“험하게 다루진 말아주세요.”
네? 네? 네? 네?
잠시만. 이해가 안 되는데? 그보다 그런 단어를 어디에서? 아니, 아니. 잠만 그렇게 말해버리면 내 존슨이!
인의 표정이 점점 죽어갔다. 이제까지가 절망이라면 지금은 혐오? 삶에 비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죽어도 됩니까?”
10분도 안 돼서 자살 선고해버렸어.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나도 상처받는다. 뭐라고 한 마디 해주려고 했을 때 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오려고 했던 말도 도로 돌아갔다. 내가 상처 받았다면 인은 삶에 비관하고 있었다, 거기엔 감히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격차가 존재했다.
“아, 그렇죠, 저는 제품이었죠…… 제품 따위가 죽는다니 언어도단이라는 걸까요. 하, 하하. 하하하.”
일단 엉뚱하다고 생각될 진 몰라도 인은 내가 커스터 마이징한 인공소녀였다. 즉 내 취향이 백분 반영된 인공소녀라는 셈이다. 과연 3세대라고 할까, 저 풍부한 감정표현, 내가 해맑게 웃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얼굴이 절망하고 좌절하고 있으니까 왠지 모르게.
불끈불끈?
관조적인 기분으로 인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자니 인이 몸을 슬쩍 가리면서 찔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와 눈물까지 재현 가능하구나……. 라니, 잠만!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거 같은데! 만회, 만회하지 않으면 내 이미지가!!
나는 벌떡 일어나서 항변하려고 했다.
“꺄아아아앗!”
내 말보다 발이 먼저 나가고 갑자기 의식이 흐려졌다.
“저, 저기, 진한 님? 진한 님!”
당황한 인이 내 몸을 흔드는 게 느껴졌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 의식은 계속 흐려져만 갔다.

2

짹짹짹, 하는 소리에 하품을 동반한 기지개를 펴면서 일어났다. 하아아음 방 안을 진득하게 메우는 하품소리, 오늘은 토요일 출근 안 해도 되는 날, 그렇게 머리에 각인될 쯤 나는 일어나는 걸 포기하고 다시 누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앞에는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완벽한 정좌를 구사한 소녀가 있어서였다.
에, 누구?
그런 의문도 잠시 소녀는 선수를 빼앗길라 목소리를 높였다.
“죄송합니다!”
그 경건한 자세에선 일부 필사적인 느낌까지 들게 했는데 마치 대하드라마에서 신하가 왕께 진언한다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즉,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나는 천천히 어제를 더듬어갔다.
어, 그러니까 어제 칼퇴근하고 집에 와서 게임 경기 보면서 치킨 시켜두고…… 택배, 택배! 맞다! 인공소녀!
나는 천천히 이마를 붙잡았다.
“아 어제는 미…….”
내가 사과하기도 전에 인은 말허리를 끊었다.
“저, 저기 무의식적으로 움직인 거라, 아뇨 이게 아니라, 정말 죄송합니다!!”
음…… 응, 모르겠다.
어제부터 도저히 내 이해력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장난으로도 또래 사이에서 바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드물게 ‘나 혹시 바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그, 그러니까 제발 반품만은. 저 아직 하루밖에 못 살았거든요. 요즘은 기술력이 좋아서 인공소녀 제품 수명은 초기 부품 상태를 유지해도 30년 가까이 갈 수 있답니다. 메인 하드디스크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을 교환해간다면 족히 100년 가까이 활동 할 수 있어요. 그, 그리고 저는 일단 진한 님께서 직접 커스터 마이징한 제품이잖아요? 저 반품 되어 버리면 특수사양 때문에라도 재판매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이 매물로 고물상으로 넘어가면 백만 원도 안 나와요. 국제적인 자원고갈 문제가 대두되는 세계인만큼 인공소녀를 판, 판매해버리면 그러니까 엄청난 자원 낭비라고요!!”
눈동자가 뺑글뺑글 돌아가면서 횡설수설하는 인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는지 요상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네, 네. 저라는 존재는 금, 구리, 인듐, 리튬, 베릴륨, 희토류 등의 다양한 희금속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구요! 거기에 골자를 세라믹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피부를 벗겨내도 아름다운 광택을 유지할 수 있고요, 물론 피부 또한 인간의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분석한 배열구조를 사용해 만들어져서 인간의 피부와 한없이 비슷한 피부예요! 그야말로 첨단 과학기술의 정점이라고요!! 그 밖에도 진한 님의 의향에 따른 추가 기능과 부품에 따라 인간과 거의, 완전히! 흡사하다고 해도 무방하다고요!! 이, 이런 저를 고작 LME구리 시세로 넘기시겠다는 건 고작 7, 70원도 안 나온다고요!? LME 구리 1톤 당 7000원이라구요! 저 구리 별로 없어요! 하다못해 금으로 파세요! 금!!”
과부하가 걸린 듯 인은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머리에 김이 나고 있었다. 비유적인 표현이긴 했어도 내부에선 아마 프로세서 오류라는 말이 많이 뜨지 않을까?
“반품하지 말아주세요. 흐에엥.”
훌쩍이고 있었다.
왠지 마음 아프다.
일단 나는 아무것도 안 했지만.
“음…… 어. 음?”
할 말을 고르고 있는 동안 인은 세상 절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나 말 좀 하자고.
“그, 그래! 좋아요! 뭐 어때요 더치와이프!! 왕성한 성욕을 풀 곳이 없는 거죠!? 그렇죠? 그런 거죠!?”
내가 아무리 상황 파악을 못해도 인의 멘탈이 바스러졌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잠시 생각.
“일단 진정 해보면 안 될까?”
좋아 이성적이었어.
속으로 쾌차를 부르고 있었더니 인은 훌쩍거리면 코를 풀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눈가, 어라 지금 이거 내가 울린 건가? 그렇게 되는 건가!!
“진, 진정할 게 또 뭐가 있죠…… 고, 고철인가요. 저 이제 작은 파편으로 잘게 썰리는 건가요. 미분쇄기에 꾹꾹 눌러질지도 모르겠네요. 뭐 어쩔 수 없죠. 하, 하하, 하하하. 다 좋으니까 죽기 전에 하늘 한 번만 보게 해주세요.”
음……
혼돈의 카오스, 대우주의 신비를 느끼는 나는 우주 너머 블랙홀의 장엄함에 놀라고 있었다.
즉, 어디에서부터 해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훌쩍거리는 인의 등을 두드려준 다음이었다. 나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고 나서 다독여주었는데 그게 그런대로 괜찮았는지 더 이상 경계는 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조만간 긴장도 풀어주겠지.
그런 흐뭇한 생각을 할 쯤 아침식사 시간이 약간 넘어가고 시곗바늘은 묵묵히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점인가. 고개를 끄덕인 나는 적당한 요리를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은 나를 바라보더니 무슨 용건이냐는 듯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일소했다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남은 건 아닐까 생각한다.
“집에 와서 먹는 첫 식사이니 조금 호화스럽게 먹고 싶긴 한데, 아직 10시고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는 데 혹시 못 먹는 거라도 있어?”
“아뇨! 먹여만 주신다면.”
왠지 노예근성이 되어있는데.
실없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냉장고에서 갖가지 재료들을 꺼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려고 고개를 돌리자 당연하다는 듯 포니테일로 묶고 소매를 걷어 붙이는 인이 있었다.
“뭐하게?”
“네? 요리하게요.”
뭘 물어보냐는 듯 되묻는 인. 이쯤 되면 내가 평범한 건지 인이 비정상적인 건지 정확히 판가름 되지 않았다. 내 사고 방식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다.
아니…… 나도 대인관계 경험은 별로 없지만 인의 생활력은 어떻게 봐도 비정상적이었다.
분명 하루밖에 못 살았다는 말로 봐서 식재료를 만져본 적은 없을 텐데도 밑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필시 20년 주부경력의 아줌마 뺨칠 수준이었다.
“요리 해본 적 있어?”
“없는데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온 대답이라서 오히려 내가 말문이 막혔다.
“으, 응. 그렇구나. 응.”
고개를 갸웃거린 인은 부엌칼을 잡았다.
어떻게든 납득하려는 그때! 불시에 뇌를 두드리는 의문!!
“뭘 만들려는 건데?”
“재료로 보면 된장국하고 애호박전 정도 되지 않나요?”
정답.
자취경력 3년은 이렇게 나가떨어집니다.
정신 데미지 –10HP(90/100)!! 삐롱.
아니! HP100은 뭔데! HP100뭐냐고! 야! 나머지 90HP달면 어떻게 되는 건데! 말해보라고 임마!
알 수 없는 시스템 안내창(?)를 치운 나는 인을 쳐다보았다.
“아, 믿기 힘드시나요?” 묵묵히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 인.
“저는 GB Wi-fi를 제외하고도 5G을 통한 인터넷 연결이 자유롭기 때문에 Nove에 존재하는 요리 레시피, 애호박전을 포함한 이하 856개의 레시피를 다운로드 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추후 더 다운로드 하겠습니다, 아! 물론 제 유용성을 자랑하는 건 아니고요! 네 그렇고말고요! 가, 가정집에선 고유한 손맛이라는 게 있으므로 제가 감히 흉내 낼 건 아니지만!! 네, 뭐! 전문 요리사들이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써놓은 거니까 네!! 그냥 그렇다고요!!”
뭔가 고장률 장난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할 때 인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부엌칼을 잡고 있었다.
괜찮겠지?
대충 그쯤 생각했을 때 인은 맡겨두라면서 나를 떠밀었다.
손길에 떠밀려 부엌에서 나온 나는 이렇게 된 거 TV라도 보자는 생각에 소파에 앉았다.
하품 쩍.
아 한가롭다.
TV채널을 돌리다가 마땅히 볼게 없어서 24시 뉴스라도 틀었더니 화재가 어떻고 산불이 어떻고 사망자는 몇 명이니 화재 원인은 뭐니 하고 아나운서가 말을 벌려놓고 있었다. 세상 참 멋들어지네, 썩은 미소를 날리며 소파에 팔을 걸쳤다.
묵묵히 듣자고 하자니 기자의 떠드는 소리가 이어졌다. 고개를 삐딱하게 세워두고 기자의 말을 들었다. 진화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 라는 말은 뭔 뉴스를 해도 정형적인 멘트마냥 이어지기 때문에 영 신뢰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믿기지 않았다.
마치 날씨예보처럼.
어제와 똑같은 뉴스의 반복이라는 걸 깨달은 나는 실속 없다며 TV를 끄고 반쯤 리모컨을 던져서 놔두었다. 나머지는 요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소파에 눕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피곤이 엄습해왔다. 피로 때문에 프로젝트 완성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무리하게 쓴 칼퇴근이었다. 입사 2년차인데 4주 연속 밤 12시 야근이라니 무리지, 쓴 웃음을 지으며 부엌 쪽을 쳐다봤다. 인의 모습은 벽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필시 부엌에선 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썩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무리한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할까.
피로하긴 했어도 후회되진 않았다.
느긋한 마음에 눈을 슬쩍 감자 와장창! 이라는 엄청난 효과음이 들려왔다.
부엌으로 달려갔다.
부엌에는 주저앉은 인이 울상인 얼굴을 하고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앞에는 거창한 효과음에 걸맞게 수많은 접시들이 깨져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이마를 잡았다.
“다친 곳은 없어?”
“저, 저는 없는데 접시가.”
고르게 잘린 식재료와 부글부글 끓는 된장국이 눈에 들어왔다. 요리 실력에 문제는 없어 보이는 데 대체 왜? 그런 의문이 들었을 때쯤 나는 좀 전에 나눈 대화를 곱씹어갔다.
레시피만 있는 상태에서 요리해본 적은 없다고 했나.
실전 경험이 없는 이론파 요리인 이라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실전에서 예상치 못한 작은 실수 한 둘 정도는 생기는 게 당연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어찌어찌 이해가 됐다. 가볍게 수긍한 나는 주저앉아 있는 인을 일으켜 세우고 큰 접시 조각을 하나하나 집기 시작했다. 인은 어쩔 줄 몰라서 손을 모으고 나를 쳐다봤는데 그게 어떻게 손을 오므린 햄스터 같아 보였다. 엉뚱한 생각도 잠시, 큰 접시 조각을 신문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넣은 뒤 안방에서 쓰레받기를 가져와서 조각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인의 실수도 실수겠지만 내 감독 책임이기도 했다. 인을 책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우물쭈물 입술을 곱씹는 인은 귀엽기도 하면서 반쯤 좌절하고 있었다.
충분히 자책하고 있는 모양이니 혼낼 필요도 없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으니, 여기에선 혼내기보다도 다음번에 실수 하지 않게끔 알려주는 편이 호감도도 얻기 쉽겠고 인에게도 부담되지 않겠지.
본격적으로 인이 울라고 하자 어깨에 손을 올렸다.
토닥토닥토닥토닥토닥토닥토닥토닥.
x10
“저기 진한 님?”
“님 빼고 말해도 돼.”
“고개, 아니 주인님에게요?”
분명 ‘고객님’이라고 말하려던 걸 주인님이라고 정정했다. 어쩜 저렇게 능숙한 언변.
정신 데미지 –10HP(80/100)!! 삐롱!
아니 왜 10 줄은 건데. 야! 10 왜 줄었냐고, 그보다 그거 주는 기준 뭐야! 말해 쨔샤! 너 나하고 싸우자는 거지!!
“어, 난 딱딱한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 밖에서야 필요할지 모르지만 집에서까지 그러는 건 좀.”
“네, 넵. 지, 진한…… 님.”
“붙이지 말라니까.”
인의 눈동자가 뺑글뺑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그게 잘 안 된다고요! 기, 기본적인 인공소녀의 말투는 정형적인 언어 프로세스 기반으로 이뤄지는 거니까!! 업데이트 해달라고요! 업데이트!! 무, 물론 인공소녀 3세대의 자체향상 프로그램 알고리즘은 굉장하지만!! 저 아직 하루 밖에 안 살았다고요?! 자기향상 할 것도 없었다고요!! 문제 해결 능력 아직 발달 안 됐다고요! 갑자기 하라고 해도 중앙 처리 장치를 제외한 피드백 시스템에 따라서 저절로 나온다고요!!?”
내가 구입한 인공소녀의 멘탈은 매우 심약한 두부였다.
빠밤.
정답이라는 의미에서 효과음이 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인의 멘탈은 유리 멘탈도 아니고 두부 멘탈이었다. 그것도 순두부, 그래 순두부 멘탈.
완벽.
은 개뿔.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부담감을 덜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더 고려하는 내 깊은 의도는 지금.
인의 멘탈을 가루로 만들고 있었다.
어라 이거 내 탓?
멋쩍게 입가를 올렸다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인을 나 또한 쳐다봤다. 또랑또랑한 눈망울하며 앙증맞은 입가와 언뜻 생기가 도드라지는 입술까지, 나는 막연히 넋을 놓았다.
이성으로 볼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 이 감정은 친밀감을 넘은 그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어떻게 만난 날은 무척 적고 솔직히 아직 데면데면 하더라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무럭무럭 새어나왔다.
엉성한 그림을 그려서 업자와 상담하고, 수정하고, 구상하고, 오목조목 따져가며 원가대비 최고의 뭔가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에서 나는 인을 수도 없이 봐왔다. 인이 구성되는 그 순간과 무수한 공정을 오갈 때, 나는 몇 번이고 인공소녀 서적을 찾아보며 지식을 쌓았다. 기능에 맞춘 최적의 몸을 짜보려고 기존 마네킹에서 뭔가를 따오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내 노력 밖의 분야는 엄연히 존재했기에 그런 부분은 남의 손을 빌려가며 의뢰하고 몇 번이고 곱씹어보았다. 인이라는 존재는, 솔직히 내가 주문하고 계획하기는 했어도 내 손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었다.
돈을 떠나서 모두가 진심으로 노력해 주었기 때문에 이뤄진 결과물이었다.
지난날을 되감자 묘한 웃음이 지어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인은 아직 모르겠지만……
나는 인을 보기 위해서 반년씩이나 기다렸다.
흔하다면 흔하게, 이게 바로 아빠웃음이라는 걸까. 나는 이유 없이 웃음을 터뜨린 다음 고개를 갸웃거린 뒤 손을 내밀었다.
내가 내민 손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당황해 하는 인이었지만 우물쭈물하는 것도 잠시, 마지못해 잡는 다는 듯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그것만으로도 족했는데 살갗이 완전히 포개진 그때, 옅은 웃음을 피식 터뜨리는 인은 즐겁다는 듯이 표정을 풀었다.
‘……아.’
나는 이 순간을 위해서 그렇게 노력했구나.
“진한 님?”
내 딴에는 감탄사를 터뜨린 것이겠지만 인에게는 이상하게 밖엔 보이지 않으려나.
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니 그것도 또 웃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무엇보다 생뚱맞은 한 마디를 인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 무엇보다도.
“환영해.”
이제 여기가 네 집이야.


3
탁탁, 도마 위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애호박을 도마 한 구석으로 치워놓고 인에게 주었다. 인은 애호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더니 밀가루 옷을 입히고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뿌린 다음 노릇하게 부쳐냈다. 역시 그런 부분에선 나보다 뛰어난지 노릇노릇 익은 애호박전은 일전에 반찬 가게에서 사온 어떤 반찬보다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잘하는 걸.”
진심에서 우러나온 칭찬이었지만 볼을 부풀리는 인.
“다,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않을 거거든요! 저, 접시 죄송하거든요!”
뒷말의 어설픔은 역시 어린아이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자각은 없어 보이지만 그게 또 귀여운 포인트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 이상으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이 있었다.
츠, 츤데레!!
심쿵사! 심쿵사! 심쿵사! 심장 콩 해서 죽어버리겠쪄요.
죄송합니다.
분명 속마음인데 왠지 모르게 사과해야 할 기분이 들었다. 반대로 사과 하지 않으면 국산욕 두 사발쯤은 거뜬히 먹을 것 같았다. 오래 살 것 같은 기분.
물론 보약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큼큼.
대충 헛기침을 하고 된장국에도 애호박을 두껍게 썰어서 넣었다. 구수하게 무르익은 향기는 한국 토종의 맛을 증명하려는 듯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솔직히 애호박전 없어도 된장국만 해도 밥 한 공기는 뚝딱하고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 배고프네.
어느 정도 됐겠다 싶을 때 나는 부엌칼을 대신 수저와 컵을 잡았다.
“그럼 상 차릴 테니까 애호박전 다 되면 옆에 있는 큰 접시에 담아줘.”
“넵.”
적신 휴지로 상을 닦고 나서 물과 수저 앞 접시와 그 밖의 다양한 반찬들을 내려놓자 자못 푸짐한 아점이 되었다.
6첩 반상이랄까, 양반 급이네.
몇 번이나 밥상에 올라왔다는 건 비밀로 하자.
인까지 자리에 앉자 습관대로 “잘 먹겠습니다.”를 말했더니 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하시는 건가요?
이번에는 오히려 내가 되물었다.
애호박전이라든가 된장국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기초적인 걸 모른다고?
내가 진의를 살피기 위해서 인을 쳐다보자 인은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눕힌 채 수저를 물고 있었다.
“음…… ‘잘 먹겠습니다’라는 건 한국인의 예절이야.”
“예절인가요?”
“이해가 잘 안 돼?”
“아뇨, 예절이니까 이해할 것도 없지만…… 경위가 있다면 듣고 싶네요.”
자 그러면 고대하던 교육방송 시간이다.
“이 쌀은 누가 만들었어?”
“농부겠죠.”
“호박은?”
“마찬가지로 농부 아닌가요?”
“여기에 놓인 모든 식재료 하나하나 마다 누군가가 기르고 누군가가 키워온 거잖아? 그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게 바로 ‘잘 먹겠습니다’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샀을 뿐이잖아요.”
“수치화 할 수 없는 것도 있는 거야.”
뭔가 할 말이 더 있다는 듯 해보였지만 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은 걸까, 내가 말하기는 뭐해도 인의 이해력은 상당히 좋았다. 그 점이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화상대로 부족함이 없다고 해야 하나 앞으로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주로 정치관련 기사 같은 걸 말이다.
식사를 대충 마치고 내가 “잘 먹었습니다.”를 말하자 인은 군말 없이 잘 먹었습니다,를 말하고 식기를 치웠다. 촤아아아악, 물줄기 소리가 한 동안 이어졌다. 식기를 물에 담아두고 나자 일 하나를 끝냈다는 생각과 동시에 한 시름 덜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편안하다고 해야 하나.
평소대로라면 지금쯤 TV를 보면서 깔깔거리고 있었겠지만 인이 있었기 때문에 평소대로 라는 건 조금 껄끄러웠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인에게 부담스러운 건 싫다고 해 놓고서 자기가 그러면 어쩌자는 건지.
모순에 실없이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어디 나가자고 하니 마땅히 나갈 곳이 없고, 집도 낯설 판에 굳이 밖으로 나가서 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 나가는 것은 천천히 집을 길들이고 나서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턱을 잡고 쓱쓱 문지르면서 생각을 하다가 도무지 답이 안 나와서 인의 의견을 물으러 갔다.
ZZZZZ……
소리 소문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인은 제법 곤히 자는지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소파에 턱을 괸 채 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왠지 모르게 하품이 튀어나왔다. 어라? 잠도 전염되는 거였던가. 요상하게 웃음을 터뜨린 나는 기지개를 쭉 폈다.
인과 집에서 하는 첫 활동은 잠자기인가, 그건 그것대로 꽤 괜찮은걸.
그래도 소파에서 자는 건 역시 사양인 터라 인을 안아 들었다. 역시 미동조차 하지 않는 걸로 봐서 꽤 깊이 자는 것 같았다. 왜 그런지 생각을 해보니 아침에 있었던 일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반품이라고 했나.
딱 잘라서 과민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속이 좁아도 그렇지 그 정도로 반품하진 않을 거고 그보다 내가 직접 고안해서 커스터 마이징 했으니 반품처리는 아마 안 될 것이다.
침실로 들어간 나는 한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생각해보니까 인이 쓸 거 하나도 안 사놨네.”
침대는 하나였다.


……. …………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일단 저는 아까 전부터 일어나 있었습니다. 시간으로는 4시간 31분 쯤 잤네요. 하지만 저는 지금 30분 가까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네, 물론 저를 안는 베개로 사용하시는 진한 님 때문입니다.
머리가 아파오네요.
순간 제 편협한 인식이 누가 된 건 아닐까 일순 걱정도 했지만 정정합니다. 중요하니 한 번 더 말하죠. 극구 부정합니다. 이 사람은 저를 지금 안는 베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아뇨 조금 좋을지도.
…….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했죠?
극구 정정합니다.
흠흠.
네, 그러니까 일단 저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괜히 움직였다가 깨우는 것도 미안하고 더 이상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 외에도 제 체면상의 문제도 있죠.
주인의 의향을 무시하는 무능한 로봇이라니, 그런 인식은 싫습니다.
…………여기에서 궁금해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로봇도 잠자기는 합니다. 아무리 기계라고 해도 24시간 풀가동이 가능한건 아니거든요. 물론 무리를 하면 가능하기는 하지만, 컴퓨터도 24시간 켜두면 본체가 뜨끈뜨끈 해지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입니다. 거기에 저는 일반 컴퓨터와는 달리 ‘초’라는 말이 붙을 정도의 슈퍼 인공지능입니다. 괜히 터미네이터의 재림이라는 말이 붙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후훗.
그런 의미에서 저와 컴퓨터는 분당 통신 횟수와 회로 연결 횟수의 단위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는 고객님의 의향에 맞춰 창을 띄우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그런 일밖에 하지 않잖아요? 저는 팔 하나 움직이는 것만 해도 수백 개의 전자통신이 필요합니다. 그걸 인간과 흡사하게(혹은 우월하게) 움직이려니 머리에 있는 중앙 처리 장치가 매우 열심히 일해 줘야 합니다. 저는 컴퓨터의 몇, 몇, 몇, 몇, 세대나 앞서나간 엄청난 기계인 셈입니다!
홀레!!
흠흠, 일단 사람도 24시간 중 7시간 내지 8시간가량을 의무적으로 잡니다. 정상적인 생활패턴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인간과 흡사한 인공소녀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 처리 장치를 쉬고 열을 배출하기 위해서 잠(절전모드)는 필수적입니다.
물론 전원버튼도 있긴 합니다만.
인간으로 따지자면 전원버튼이 내려간 동안은 기억상실인 셈이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다시 본제로 돌아 가보겠습니다.
돌아가도 마땅히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이지만요.
제 주인이라는 분은 지금 자고 계십니다.
저를 끌어안고요.
저는 다키마쿠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요.
그래도 깊게 자고 계십니다.
등 뒤에선 체온이 느껴지네요.
그 밖에도 약간 까끌까끌한 턱수염과 엄청 큰 손, 손에 혈관이 비치는 것도 남성 특유의 것일까요, 같은 손인데도 저하곤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런 손이 저를 살포시 끌어안고 있습니다. 포근하네요…… 가 아니라, 불편합니다. 흠흠. 그걸 제외하고도 주인님의 몸은 저를 뒤덮고도 남을 정도로 큽니다. 제 신장 사이즈가 150cm에서 155cm언저리라고 했을 때 주인님은 180cm에서 190cm 정도일까요.
흑!?
주인님이 지금 제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셨습니다.
본인은 자각 없으신 것 같지만, 이거 무척 간지럽습니다.
눈동자가 뺑글뺑글 돌아가네요.

<프로그램 오류, 중앙 처리 장치에서 감정 프로세스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도하겠습니까?>
<프로그램 오류, 중앙 처리 장치에서 감정 프로세스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도하겠습니까?>
<프로그램 오류, 중앙 처리 장치에서 감정 프로세스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도하겠습니까?>

시, 시끄러워욧!
고, 고작 프로그램 주제에 머릿속을 울리지 말아주세요!
저는 지금 무척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그리고…… 힉!
숨, 숨결이 너무 거칩니다.
귀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기분이 듭니다.
으으윽, 이거 일어나면 분명 뭐라고 해줘야겠습니다. 따끔하게 뭐라고 말해야 합니다. 아니면 뭐랄까, 성에 안 차네요.
왠지 모르게 얼굴이 따끈따끈하게 달아오릅니다. 눈동자가 뺑글뺑글 돌아갑니다.

<프로그램 오류, 중앙 처리 장치에서 감정 프로세스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도하겠습니까?>

그, 그만요! 차, 차라리 감정 프로세스를 끄겠습니다. off에요 off!!

<중앙 제어 장치에서 위 작업을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감정 프로세스 과부하, 재부팅 하겠습니까?>

재, 재부팅이라니요. 재부팅 해버리면 저 한 번 꺼졌다가 켜지는 거라고요? 기억이 잠시 끊기는 거라고요? 절전모드하고 완전히 의식이 날아가는 거하고 다르다고요!
취소입니다. 취소!! 재실행 하겠어요!

<@#$%##?!??!@# 120914-ZXQWYV???>

고물! 고물! 고물인겁니다!!
흐아아앗!?
잠, 잠깐만 아무리 제가 인내심이 좋다고 그래도, 깨, 깨무는 건 안 돼요!
보다 못해 손바닥으로 얼굴을 쳐냈다. 몸을 뒤척이면서 서서히 일어나는 진한.
“지, 진한 님은 변태시군요!”


일단 턱을 맞고 일어났는데, 내 앞에는 다시 이상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 가슴을 가리려는 듯 조신하게 가져간 두 손, 들뜬 목소리와 눈가에 살짝 고인 눈물까지.
일단 뭘 잘못했는지를 떠나서,
100%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 진한 님은 변태시군요!”
인의 떨리는 입술에서 나온 한 마디의 말.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아 내가 잘못 했구나.
내가 뭔가 저질렀구나.
“미안!!”
일단 석고대죄.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숙인 채 인에게 물었다.
“내가 뭘 잘못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문제점을 말해줘! 다음번에는 꼭 고칠 테니까.”
진솔한 태도.
이것만큼 더한 사과는 없다며 금방 풀어질 것은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음에도 인의 반응이 없자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까전보다 더 심하게 달아오른 얼굴은 마치 홍당무처럼 변해있었고 머리 위에서 뿌옇게 솟아오르는 김은 금방이라도 석탄기관차가 뿌우우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 그런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내 망상이지만.
눈망울이 더욱 커진 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소리쳤다.
“말하기 싫거든욧!!”
하면서 내 방을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어설프게라도 인을 붙잡으려고 했었던 내 손은 맥없이 허공에서 멈췄고 인은 저만치 나아간 다음 시선에서 사라졌다. 아…… 하아.
당황스러움이 밀려왔지만 그것과 별개의 의미로 얼굴을 붉혔다.
‘욧, 이라니, 욧. 너무 귀엽잖아.’
웃음을 터뜨린 건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자.

4

인의 방에 차곡차곡 물건이 쌓여갔다. 침대며 옷장 같은, 그런 가구들이 방을 빽빽이 들어갔고 인은 자못 기쁜지 분위기가 한층 풀어져있었다.
이렇게 가구가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월요일을 시작으로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인과 언제까지고 함께 있고 싶지만 나 역시 사회인이니 회사는 다녀야 했다.
‘뭐 하고 있을까 모르겠네.’
그래도 잘 지내지 않을까 생각 됐다.
요즘 따라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Nove검색 결과 진한이 다니는 곳은 회사라고 하는 곳으로, 재화를 벌어들이는 일터더군요.
그래서 심심합니다.
약간 지겹기도 하고요.
흰 색 침대에서 뭉그적거렸다.
폭신합니다. 기분 좋네요. 인간은 모두 이런 곳에서 자는 걸까요? 정말 부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공장에서 생활할 때는 침대는 고사하고 천 조각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옷자락을 잡아보았다. 복슬복슬한 부드러운 면직물이 만져졌다.
‘…………부드럽네요.’
그 말 뒤로 팔뚝으로 눈을 가렸다.
맨몸인 상태는 저라는 상품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옷이라는 걸 받아들였을 때는 박스에 포장되기 바로 직전이었고요.
어쩌면 저희 로봇들은 인간이 누려야 것의 태반을 누리면 안 돼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침대에서 잤다간 전자기가 엉망이 돼서 부품 고장이 발생 한다든가 하는 거요. 하지만 로봇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건 거의 누릴 수 있었습니다. SRF같은 쓰레기 고체연료가 아닌 밥과 국을 먹을 수 있었고, 침대에서 잘 수 있고, TV를 보거나 책을 보는 등의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에 로봇이 할 수 없는 것은 하등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저희의 취급은 왜 그러는 걸까요.
쓰레기 연료를 먹고, 전원버튼이 수시로 내려가고, 제품 검사를 위해 옷도 못 입고, 전등이라곤 없는 어둡고 차가운 밀실에 아무렇게나 던져집니다. 저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들은 모두 이렇게 생활하는 구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진한의 집에 왔을 때 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제가 아는 세계와 판연히 다른 세계에서 사는 진한을 저는 지위가 매우 높은 자산가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저마다 집에서 살고 세끼를 챙겨 먹었습니다. 저는 한 끼를 챙겨먹었는데 말이죠.
가장 놀란 것은 진한이 친절했다는 점입니다.
공장 사람들은 저를 물건으로 다뤘거든요, 그에 반해 진한은 저를 마치 사람처럼 대해주었습니다. 그게 가장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정조라든가, 성별이라든가, 뭐 그런 게 살짝 있어서 불상사도 일어나긴 했지만요.
흠흠.
솔직히 덮쳐지면 아무리 저라도 놀랍니다.
물론 그런 쪽 기능(?)도 깔려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그 덕분에 대충 감이 왔습니다.
저희가 인간에게 있어서 얼마나 하찮고 볼품없는 존재인지, 그렇게 인식되고 있는 지, 정말, 정말 믿고 싶지도, 알고 싶지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걸 왜 궁금했을까 싶지만!
저희는 더치와이프네, 맘에 드는 피규어네 하는,
장난감이었습니다.
그게 Nove의 인공소녀 검색 결과 하단에 써진 덧말입니다.
알고 나니 웃음도 터지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게 말이 안 나왔으니까요.
사실은 망상보다 잔혹했습니다. 어느 것보다 현실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진한에게 팔렸다는 사실이 얼마나 축복받고 얼마나 보답 받은 건지 상상이 안갑니다. 저는 저희가 오타쿠 물품이라서 좌절했습니다. 신체의 이곳저곳을 개조당하고 개인의 자유를 일절 무시한 채 즐기고 노는 인간들의 물품이라 좌절했습니다.
진한은 저를 다정하게 대해줬죠.
침대 시트에 볼을 비볐다. 온기가 살짝 묻어나왔다. 처음 느낀 ‘고맙다’는 감정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중앙 프로세서(제가)에서 처리하지도 않았음에도 감정 프로세스 영역이 자체적으로 Extra folder 334351-123FD를 만들어냈으니까요. 별도 분류할 정도로 감정 프로세스의 정보량은 많았던 모양입니다. 서브 처리 프로세서가 열심히 일해주니 고맙네요.
침대 시트를 억세게 쥐었다.
“진한……”
얼굴을 파묻는 것도 잠시, 저는 일어섰습니다.
그가 왔을 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식사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덜 피곤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 또한 그에 못지않게 연습해야겠죠.
그걸로 제가 진 무수한 신세를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습니다.


“맛있네.”
진한의 감탄사가 들립니다. 맛있다는 말에 배시시 입가가 올라갑니다. 너무 좋아하는 것도 조금 그러니까 고개를 조금 숙여봅니다.
진한이 먹은 튀김은 조금 자신작이었습니다.
저도 튀김을 하나 집어넣습니다.
맛있습니다.
진한의 칭찬이 이어질 때 저도 슬그머니 웃었습니다. 이건 보여줄 수 있는 웃음입니다. 욕망이 튀어나오지 않는 담백한 웃음이란, 이럴 때 필요한 것입니다.
저와 진한의 접점은 대게 저녁밖에 없습니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 중, 고작 4시간에 육박할 아주 적고 적은 시간이, 저와 진한이 보낼 수 있는 하루 시간입니다.
“내일 먹고 싶은 거 있어?”
진한이 튀김을 우물거립니다.
“내일 못 들어와. 회식 있거든, 그러니까 먼저 먹고 자.”
이렇게 저녁식사마저도 같이 못 보낼 때도 있습니다. 밤 9시에 들어와서 고작 3시간을 같이 보내고 12시에 취침하는 진한의 야근이나 회식은 저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언입니다.
아침식사 1시간에 저녁 3시간, 도합 4시간. 저와 진한과의 시간이 뿌리 채 빼앗긴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속으로 조금 투덜거린 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 함께 있을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불만스럽긴 하지만 제 사적인 감정으로 진한이 곤란해지는 것 또한 원하진 않습니다.
감수해야죠.
진한은 그런 저를 유심히 쳐다봅니다. 마주보지 않아도 시선이 어디에서 오는지 파악될 정도입니다. 분명 엄청 바라보고 있겠죠. 어, 얼굴이 화끈거리는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됩니다.
“지, 진한 그렇게 바라보면 밥 먹기 힘든데……”
진한이 싱그럽게 웃어줍니다.
“아니 역시 인 귀엽다 생각돼서 말이야.”
뻥!
그, 그런 말 하는 거 아닙니다! 진한!!
그런 말 들어버리면 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거죠? 해답을 들려주세요! 감정 프로세서!!
<프로그램 오류, 중앙 처리 장치에서 감정 프로세스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다시 시도하겠습니까?>
쳇.
역시 고물입니다.
혀를 차고 나니 진한이 식사를 마쳤습니다. 저도 그다지 먹을 게 없었기 때문에 진한이 치울 때 같이 치웁니다.
이 다음은 평소와 같이 TV를 보는 겁니다. 진한은 때때로 노고를 푼다는 의미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합니다. 저는 맥수 대신 보리차를 마시곤 하죠.
하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편의점 다녀올 건데 같이 갈래? 아니면 뭐 사다줄까?”
저는 주저 없이 대답합니다.
“같이 가죠.”
진한과 같이 나가는 건 처음입니다. 약간 설레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가 밖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공장 밖의 광활한 사유지를 본 것 밖에 없으니까요, 구조물이 빽빽이 밀집된 도심지를 구경하는 건 처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밖은 조금 깜깜하고, 조금 춥고, 예상보다 넓었습니다.
아파트 복도 아래에 펼쳐진 넓은 주차장은 차가 꽉꽉 들어차 있었고, 주황색 전등도 깜빡깜빡 도로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것 외에도 붉은 눈을 훤칠하게 뜬 감시 카메라도 있군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아스팔트가 밟힙니다. 신발이라는 것을 처음 신어보는 터라 살짝 불편하기도 하지만 뭐랄까,
신기한 기분이네요.
“위험하니까 잘 따라와.”
제 모습을 보면서 살짝 쿡쿡 거리는 진한은 먼저 나아갑니다. 진한의 커다란 등이 보입니다.
저는 저 품 안에 안긴 건가요?
진한이 의식하지 않고, 솔직히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저는 진한의 등을 보면서 막연히 그런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때의 손, 약간 혈관이 비치는 듯한 큰 손, 제 몸을 뒤덮고도 남을 커다란 몸에 저는 안겼던 거군요.
나쁜 기분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뺨을 스치고 차가운 바람이 지나갑니다.
저는 하염없이 등을 쳐다보고 있었죠. 그러다 문득 거리가 벌어졌다는 걸 느끼고 놓칠세라 뜁니다.

진한은 편의점에서 각종 먹거리를 사고 사거리로 나옵니다. 돌아가기 위해서죠. 저는 진한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닙니다. 오직 진한만 보고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거리와 인파에 휩쓸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 걱정을 진한도 느꼈을 까요? 마치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밉니다.
어린아이 같아서 싫습니다. 하지만……
인파에 휩쓸리는 게 더 바보 같아서 싫습니다.
네, 그, 그런 겁니다! 절대로 제가 잡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다, 단순히 인파에 휩쓸릴까봐 그런 겁니다! 알겠죠!?
그래도 손을 붙잡는 건 부끄럽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진한의 팔소매를 잡았습니다.
진한은 그런 제가 웃긴지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정말 진한에게는 사람 간의 거리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팔소매를 잡고 천천히 걷습니다. 여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진한의 보폭은 무척 넓었습니다. 제 보폭에 비하면 무척 속도도 빠르고요.
이게 남자라는 걸까요.
어느새 저 멀리까지 가 버릴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저를 남겨두고서요.
저는 그럴 리 없다며 의구심을 정정했습니다. 그래도 노파심에 얼굴을 들지 못합니다. 진한을 의심하는 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진한의 발걸음이 도중 멈췄습니다.
제가 고개를 올려다보았죠.
진한은 저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입니다.
정확히는 밤하늘입니다. 별들이 무수히 떠있는 어둠이죠.
예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도심지의 불빛에 별빛이 가렸으니까요, 하지만 진한은 마치 수천수만 개의 별이 떠 있기라도 한 듯 밤하늘을 훑어보고 있습니다.
“예쁘지?”
설마요, 도시에 있는 전광판이 훨씬 알록달록하고 예쁠 겁니다. 별이라곤 하나도 안 보이는 데 뭐가 예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대답은 상반대로 튀어나왔습니다.
“네.”
수줍습니다.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진한은 제게 아까 사온 병 음료수 하나를 건넵니다.
당분 함량이 높은 음료죠, 건강을 위해서 먹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받아든 병 음료는 따뜻했습니다.
저는 내키지 않았음에도 음료수를 받아들여 마십니다. 진한도 저의 뒤를 이어 마십니다. 말없이 하늘을 봅니다. 저도 하늘을 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지금 진한과 같은 풍경을 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쳐지나갔습니다.
음료를 다 마신 진한이 저를 보며 웃습니다.
“갈까?”
저 또한 공원 벤치에서 일어납니다.
따라 오라는 듯, 손짓하는 진한을 저는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아까와 똑같습니다.
저는 진한의 등을 계속 쳐다보죠.
저는 진한을 보면서 가슴을 붙잡습니다.
‘진한, 저는 왠지 모르게 진한만 보면 가슴이 불타오르는 것 같아요. 왜 이러는 걸까요? 저는 공장에서와 같이 불량품인 건가요?’
‘진한…… 저는 아마 진한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미 공모전 분량 다 채우고 대충 10만까지 쓴 소실입니다.
이번 투고 작품이기도 하죠.
읽다보면 거슬리는 소재가 있을 겁니다. 다키마쿠라, 오타쿠, 더치와이프. 등이 이에 해당하죠. 본 이야기 상 에로 분야는 다루지 않을 겁니다. 간간히 서비스 씬이라면서 대충 수영복 씬이나 허그 장면 정도만 나오는 그런 소설이죠. 그러면 왜 이런 소재를 내놨느냐 하는 건데....
그런데 제가 이걸 조금 질척하게 쓸 생각입니다.(에로 방면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관점으로)

존엄이 없는 생명체는 인간들의 사회구조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누군가의 의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생명체는 이 불합리함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평등, 자유와 같은 기본권마저 박탈당한(없는)
로봇 소녀라면 이 사회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까요?
저 소재들은 로봇 소녀(인)이 말도 못하는 취급을 받는다는 걸 암시해주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심각하게 짓밟히고 있는 로봇 소녀들의 권리를 말합니다.

여기에서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봇에게 권리가 필요해?'
필요 없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 이야기에선 이렇게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로봇이던, 사람이던,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개인의 존엄을 위해, 권리가 필요하다고요.'
그걸 사랑이라는 소재로 극대화 시킬 생각입니다.

사랑하는데 기계라서 할 수 없다, 인권이 없다, 나는 유흥용품에 불과하다.
인간의 쓰임에 따라 버려지고, 재활용 당하는 존재,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사랑을 하고 싶고, 누구보다 권리가 필요하다.

저는 이번 투고작품에서 '존엄'과 '권리'와 그러한 '투쟁'을 소재로, 기존 소재에서 살짝 벗어난 인공소녀와 주인인 나, 라는 작품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너무 막연한가요? 아니면 흥미 있으시나요? 혹은 불편해서 읽기 싫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자유롭게 말해주셨으면 합니다.



----------------------------------------------------------------------------------------
이번 수정 사항.

1. 플라로렌스->문체 작살났습니다. 그냥 읽기 편한 걸로 갔습니다.

2. 대중성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 주관적인 의사도 포기할 수 없겠죠. 대중성도 대중성이지만 이 '존엄'이라는 말도 안 돼는 소재를 라노벨이 갖다 붙인 건 제 고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지적하셔도 됩니다.... 그땐 제 고집을 완전히 포기한 소설을 한 번 써보겠습니다)

3. 놀감 님이 보내주신 걸 바탕으로 글 어떻게 쓸지 한 번 고민해 봤습니다. 저로써는 절충안을 찾은 건 아닐까 싶었는데, 과연 어떠실까 싶네요.

4. 오덕 속성이나 여러분이 가볍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써봤습니다. 세계관도 복잡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줄줄이 말을 이어놓기는 했어도, 그냥 현대 사회에서 인공소녀라는 로봇이 나타났다. 그 정도입니다.

5. 시점 변경을 자주합니다. 이거 플라로렌스에서 경험한 건데, 온통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써버리잖아요? 망해버리더라고요. 좋은 교훈 쿡쿡... 그래서 시점을 바꾸되 사각형 안에서나 화 안에서는 시점을 통일 했습니다. 화 마다 시점이 달라져서 몰입도가 낮아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저는 인과 진한이라는 관계를 폭넓게 보여주는 것이 본 이야기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 맥거핀 효과 있습니다.
이거 말하는 거 잊어버렸네요. 



작성자에 의해 2018.02.19 04:05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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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제현  lv 2 18.6666666667% / 356 글 61 | 댓글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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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마이루비 02/19/04:26
음... 소설 반정도 정독한 느낌을 말씀드릴게유...
1번째로 가독성. 시작부터 나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인공소녀가 됐다. 라는 부분까지는 좋았으나 이어지는 말들... ai가 기존틀에 벗어나고 어쩌고 라는 설명이 너무 길어, 대부분 독자님들이 여기서 무너질 것 같습니다...
2번째 너와 나가 아닌 나와 나가 대화하는 듯한 느낌.
진한과 인이가 서로 대화를 받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듯 한, 라이트노벨에 가볍지만서도 뭔가 애틋함? 이 느껴져야 하는데 제 느낌으론 그냥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만 주고 받는 그런 느낌. 인위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3번째 마지막으로 역시나 2번 부재입니다.
반정도 읽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크롤을 내려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슬렌님이 쓰신 이 소설은 주 목적, 즉 이소설이 추구하고 독자들에게 바라는 내용은 인간과 인공소녀의 만남, 그리고 사랑. 혹은 친구같은 소설.
영화 아이로봇처럼 인공소녀들이 갑자기 인간을 공격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2번째 사항은 대단히 중요한 것 이죠. 그리고 판타지가 존재하지않고 러브코메디 소설느낌으로 쓴다면 다 아시다시피 위트있게 쓰지 못한다면 묻히기 마련입니다.
쉽게 말해 이세계물, 용사물등등 보다 훨씬 대중성이 떨어지고 어려운 소재니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라는 게 아무것도 모르는 저 혼자 생각한 느낌이었습니당.
2 이제현 02/19/05:01
놀감 님이 말한 것처럼 일단 문단을 고치고, 대사 추가하고, 거기에서 한번 위트라는 걸 찾아보겠습니다. 공모전 기간 안까지 최선을 다해봐야죠.
0 02/19/04:35
음... 근데 존엄은 소재가 아니라 주제 아닌가요? 흔하지만 쓸 때마다 좋은 주제죠.
이야기 진행도 괜찮고 재미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저로썬 이정도면 나름 합격이지 않나 싶네요.
0 02/19/04:45
흐음.. 근데 저도 윗분과 동의하는 바로는 설명이 많습니다.
이 소설이 재미요소중 하나가 설명하면서 재밌는 포인트를 만들거든요.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관해서 좀 관찰하자면,
말할 때 주루루룩 말하고 설명할 때 주루루룩 설명하고, 윗분대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해결한다는 느낌보단 제멋대로 폭주해버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인공소녀 쪽은 그게 나름 갭 모에 같고 귀여워서 노리신 줄 알고 높게 봤습니다만, 그런 폭주씬 말고의 평상시 묘사에는 묘사/대화/생각/반응 등등으로 여러 갈래로 나누어 묘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0 02/19/04:50
물론 지금마냥 여러 단문을 묶어 한 장문으로 만들어 표현하는 것보다,
[남주 생각]
[여주 반응]
[여주 대사]
[남주 시야]
이런 식으로 잘게 잘게 나누어 표현하시면 가독성 문제는 어찌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이제현 02/19/04:56
1달 10만자 엄청 굴려야 겠군요.
0 아니 02/19/12:35
감평이 아닌 감상을 적자면, 읽으면서 지치네요.
여주인공공 인이 혼자 생각으로 북치고 장구치는데 따라가기 힘듭니다. 귀엽긴 한데 지쳐요.
왜그럴까 생각해 보니 대화로 한두마디면 끝낼 수 있는 말은 2~3줄로 묘사하니 지칠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이야기의 흡입력이 강한것도 아니고, 장르가 한없이 일상에 가까운데 과하게 문장이 길어지는 것은 조심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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