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추천   / 글 번호 576272   
  [감평신청] 처음으로 1챕터 분량을 쓴것 같습니다. 제 부족한 부분을 지적부탁드립니다.
  0 uonjun[johnny100]
조회 3354    추천 0   덧글 5   트랙백 0 / 2018.02.21 00:27:26

 먼저 이 글에 들어와주신 모든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제가 쓴 글을 보여지는게 처음인지라 긴장되네요. 

 이정도로 길게 글을 써본 경험이 처음이라 스스로도 굉장히 미흡한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의견 없이는 실력이 성장하지 않을거란걸 알기에 용기를 내어 올려봅니다. 상당히 긴 글이라 읽다 지치신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지적할만한 부분이나 내용이 있다거나, 혹여나 전체적인 줄거리가 궁금하신 분은 사양않고 말씀해주십시오.



 


 평소와 똑같은 오후. 평소와 똑같은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킨다. 평소처럼 만화사이트를 뒤지다가, 신작이 올라온듯 하여 눌러보았다. 제목은 '흔한 주인공의 특별한 나날들'.

표지를 보아하니 양산형 하렘물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드는군. 만화 내용도 흔해빠졌으려나.

큰 기대를 안하고 클릭하자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주인공은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평범한 외모에 평균수준의 키, 반에서 중간정도 가는 성적에, 친절한 마음을 가진 소년. 그가 남들과 약간 다른점이 있다면-

 "오빠! 아침이라구요! 정말, 언제까지 자고 있을건가요? 알람 맞추는거 또 까먹으신건가요?"

 아침마다 깨워주는 마음씨착한 한 살아래 여동생이 있다는 것 정도.


 "오우, 아침부터 유민쓰를 만나다니 운이 좋은걸? 그건 그렇고 말야, 너 어제 수학숙제 다했니? 나좀 보여주라~"

 등굣길에 인사를 해주는 활기차고 귀여운 동급생이 있다는 것 정도.

 "유민선배. 아침부터 시야에 들어오지 말아주실래요? 하루의 시작정도는 쾌적하게 맞이하고 싶은데요. 선배의 우울한 얼굴 보는건 동아리시간만으로 하고싶네요."
 
 반에 올라가는 길에 약간 솔직하지 못한 동아리 후배에게 만난다는 것 정도.

 "야,야 들었냐? 완전 대박뉴스! 오늘 우리반에 전학생이온대!"

 언제나 소식을 가져다주는 친한 옆자리 친구가 있다는 것 정도.


 "자, 자. 조용히들 하세요. 오늘부로 우리반에 새로운 친구가 오게 되었어요. 먼 외국에서 유학하다 온 친구니까 모르는 것도 많을테지만, 친절하게 다가가 주시길 바래요. 아셧죠? 자, 그럼 들어오세요, 크리스양."

 학생들의 고민상담을 잘 들어주시는 미녀 선생님이 담임이라는 것 정도.


 "안녕하세요? 크리스 리 라고해요. 앞으로 잘부탁드려요!"

 외국에서 온 금발미소녀전학생이 옆자리에 앉게 된 것 정도.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소년과 개성 넘치는 소녀들 사이의 행복한 생활이 지금 시작된다-



 "아니 어딜봐서 평범하냐 이게! 미소녀들이 먼저 말 걸어준다는 것부터 평범한걸 벗어났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평범이하로 만들고 싶은거야 대체?"

 나도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고등학생 이었고, 외모는 뭐 중상?(주관적) 이라고 생각하고, 키는 평균보단 약간작지만 그 정도야 깔창끼면 되고, 성적도 중간이상은 갔고, 남들에게 폐 안끼치는 성격하고 있는데!

 "참나, 자기에 대한 평가가 너무 후한거 아냐?"

반사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나에게 짓에서 들려오는 신랄한 목소리. 내 마음속 소리가 밖으로 새었나보다.

 "어이, 나정도면 평균은 가지 않아? 솔직히 이 주인공 정도는 된다고 말해줘."

"못 말하겠네요. 대학생활 한학기도 못 버티고 휴학내고 한다는 게 방구석에서 게임하고 만화보고 하는 분이 평균을 논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덤으로 만화랑 현실을 구별 못해서 화내고 있고."

 말이 너무 심하네 이거! 팩트라서 더 아프다고!

 나는 연약한 방구석폐인의 마음을 짓밟는 언어의 폭력에 못 이기고 뒤를 돌아봤다.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으로 들어온 혼자살기엔 나름 쾌적한 고시방. 이곳에 있는 책상과 의자를 제외하면 유일한 가구인 침대에 누워있는 침입자.

 돌핀팬츠에 반팔 후드티, 여름이라곤 해도 남자혼자 사는 방에 오기엔 조금 자극적인 복장으로 뒹굴거리는 갈색머릿결.

 "그래도 오빠는 행복한 편이지, 나처럼 귀여운 소꿉친구가 다 있고 말야.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만화주인공 같을 걸?"

 그녀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무신경하게 말했다. 그거 자기 입으로 말해 버리는 거냐.

 "귀여운 소꿉친구라고 자칭할거면 너의 그 태도도 좀 귀엽게 바꿔 줬으면 좋겠네요."

 "에에~? 나정도면 정말 애교 넘치고 귀엽다고 생각 안 해? 오라버니~ 우히히"

 나름 귀여운 포즈라는건지 몸을 베베꼬며 나를 올려다본다. 오빠를 놀리다니 건방진 녀석. 무심코 눈을 돌려버렸다. 뭐 귀여우니 봐주겠다만, 기왕 할 거면 끝에 그 수상한 웃음소리도 좀 집어넣어라.

 내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이 녀석과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스스로도 말하고 있는 대로 소꿉친구라고 해야 할 거다.

 이름은 정소윤. 엄마 친구의 딸인 소윤이와 나는 나이차이가 3살이나 나지만 어릴 때 부터 가깝게 지냈다. 부모님이 맞벌이인 관계로 근처의 이 녀석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던 어린 시절에는 내 말도 잘 듣는 착한아이 였다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턴가 건방지게 바뀌어 버렷다.

 내 반응을 보는 것도 질렷는지 소윤이는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방구석에서 만화만 보고 있지 말고 알바라도 빨리 구하지그래? 오빠 그러다 진짜로 구제불능 되겠어."

 심드렁한 말투로 비수를 던지는 소윤이. 방구석폐인의 라이프는 이미 제로라고! 심각한 내상을 입었지만 그래도 오빠의 위엄을 지키고자 겉으로 최대한 태연한척 하며 맞받아쳤다.

 "예이예이, 충고 감사합니다그려. 걱정 안 해주셔도 찾아보고 잇네요 뭐~."

 거짓말은 안 했다. 방금까지도 절찬 알바사이트 검색중이었는데, 맘에드는 것을 못 찾아서 문제지.

 어떤 알바가 맘에 드는거냐고 묻는다면 몸 안쓰고 되도록 사람 안마주치는 알바. 거기다 시급도 높으면 좋겠다. 그런 알바를 아직 못찾은 것일 뿐 존재한다고 믿고싶다.

 "너야말로 아무리 방학이라고 해도 매일같이 내방에 와서 뒹굴거려도 되냐. 이제 고등학생이지? 학원은 어쩐거냐 학원은."

 내가 중학생이 된 후부터는 소윤이네 집에서 신세지는 일이 없게되어 전처럼 얼굴보는 사이는 아니게 되었었다. 주말마다 간간히 보다가 내가 대학생이 되어 고시방을 얻어 살게 된 이후부터, 소윤이가 종종 이곳을 찾아와 다시 자주 보게 되었다. 거기다 방학이 겹치니 그 빈도가 늘어난건 어찌보면 당연한건가.

 그래도 남자혼자 사는곳에 다 큰 처녀가 들락날락 거리는걸 세간에서 어떻게 보련지는...

 의외로 양측 부모님께선 아무런 말도 안하신다.

 "그거야 말로 걱정 안해주셔도 되네요. 오빠 고등학교때보단 성적 잘 받고 있을 테니까."

도발적인 웃음을 지으며 스마트폰 보다 슬쩍 이쪽을 쳐다본다.

 쳇 건방진 녀석. 예전부터 겉모습과 다르게 공부도 잘한단 말이지.

 그러더니 침대에서 뒹구르르 굴러 으엑 하며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 참 전에 기르던 햄스터 같은 녀셕이다.

 "그리고 제대로 학원도 갈꺼거든? 이거 한판하고 갈라고 오빠네 온거란말야."

바닥에 엎어진 채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나에게 옆에 앉으란 신호를 보내온다.

 이쯤에서 삭막한 내 고시방의 모습을 설명하자면, 오른쪽 벽에 붙어 침대가 있고. 침대 머리맡쪽 벽에 붙도록 책상이 있다. 그리고 침대 맞은편쪽 벽에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받아온 대형 모니터와 받침대가 있고, 그 받침대 옆에 콘솔게임기가 놓여져 있다.

 많이 해본 손놀림으로 내 콘솔게임기에 cd를 넣고 전원을 킨 소윤이는 패드하나를 잡고선 침대에 기대 앉았다. 이윽고 대형모니터에 게임타이틀이 모습을 보인다.

 "한판? 오늘은 또 얼마나 하고 가려나."

 "그야 승부가 결정 날 때 까지가 한판이니까!"

 게임의 타이틀은 검의혼4. 게임방식은 흔한 격투게임과 비숫하지만, 캐릭터가 칼이나 창, 활등의 무기를 사용하는 대전게임이다. 4니까 물론 1,2,3 도 있었고, 그것들을 우리는 쭉 해왔다.계기는 내가 소윤이네 집에서 처음 신세지게 되었을 때, 소윤이 아버지께서 서먹한 우리에게 같이 게임이라도 해보라고 권유한 거였다.

 몇가지 소프트 중에서 우연히 고른 검의혼에 나와 소윤이는 의기투합 하게 되었고, 그게 이어지게 되어 우리는 대전게임에 흔히 보이는 속칭 '고인물' 이란게 되었다. 아마 3이후부터는 마스터랭크에서 내려와 본적이 없다.

 "오늘도 평소의 룰대로 가는거냐?"

 나도 방바닥에 앉아 패드를 잡는다. 평소의 룰이란 먼저 2세트 차이를 벌리는 사람이 승리하는 룰이다.

 "평소대로면 이제 좀 질리는데... 뭔가 신선한거 없을까?"

 "신선한거라. 오랜만에 내기도 어때? 진 사람이 이긴사람 부탁 들어주기라던가!"

 "으엑, 신변의 위협이 느껴져서 거절하겠습니다. 그냥 커피내기나 하자구."

 신변의 위협이라니. 나만큼 신사적인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러는거야.

 "또 커피냐. 그렇게 카페인 섭취가 잦으니까 클곳도 안크는거라고."

 말하면서 소윤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어느 지점에서 시선이 정지한다. 이녀석은 키도 작지만 그뭐냐, 가운데 부분도 작은지라...

 "ㅁ무뭐, 뭐라구?! 변태! 나가뒤져!"

 "야 패드 집어던지지마! 맞으면 패드랑 나 둘다 고장난다고!"

 얼굴이 빨개져 날뛰는 소윤이. 너무 무신경했나. 이녀석도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던거 같은데,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느꼇다.

 "흥, 변태. 쓰레기. 자기도 키작으면서. 나쁜놈."

 "잘못했습니다요..."

 나에게 생각나는대로 인신공격을 퍼붓는중, 더 화내기 전에 신속하게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무릎은 참 싸다.

 "각오하라구. 완전히 박살을 내버릴태니."

 "살살부탁드립니다요..."

 오늘은 적당히 실수 하는 척 해서 빨리 져주는게 좋으려나. 그렇다 해서 내가 소윤이보다 실력이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실력은 호각. 그러기에 더욱 승부가 안 나고 항상 질질 끌린다.

 거기다 심리전이 중요한 대전게임에서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대부분의 승부가 누가먼저 실수하느냐의 한끝차이로 갈린다. 소윤이도 나도 그게 즐거운 거겠지.

 "그럼 간다! 게임 스타트!"

 "훗, 전력으로 덤벼라!"


///


 1시간후. 스코어는 10:11. 아직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아니 그게말이지, 하다보니까 게이머로서의 승부욕이 끓는다고 해야되나, 일부러 져주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해야되나? 다들 알거라 믿는다.

 "흠, 역시 오빠네. 내가 인정한 고수라는 느낌이야."

 "너야말로. 항상 생각하지만 온라인대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너만의 날카로움. 이게 진정한 맞수인가?"

 서로를 칭찬하다 팔을 맞대는 우리. 교차하는 눈빛에서 서로를 인정하는게 느껴졌다.

이야~ 마치 무림고수들끼리의 승부끝에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는듯한, 이런게 대전게임의 묘미 아니겠는가? 아닌가?

 "슬슬 게임을 끝내볼까? 이번판이 마지막이 되게 해줄게 오빠."

 "호오, 과연 그게 너맘대로 될까? 승부닷!"

 시작되는 매치.

 모니터에 검을 든 두 캐릭터가 비춰진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막기태세와 상태이상기, 공격을 피하는 회피기, 그리고 거리조절이다. 상태이상기와 회피기는 쿨타임이 존재하므로, 막기태세와 거리조절을 섞어서 얼만큼 상대에게 기술을 적중시키면서 자신은 흘려보내는가가 포인트다.

 요컨대 심리전이 가장중요하다.

 대치상태에서 서로 기본공격을 날리며 간을 본다. 간간히 쿨타임이 짧은 상태이상기를 던지며 거리를 재다가,

 "지금이닷!"

 방금던진 기술을 피하는 것을 노려 나는 거리를 좁히며 들어갔다.

 "훗, 안통해!"

 소윤이는 나의 기술을 뒤로 피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피하면서 오히려 역으로 들어왔다.

 자신이 기술을 맞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시도한 돌진에 이은 공격에 긴 그로기 상태에 빠진 나. 그 상태로 콤보를 얻어맞아 체력이 반 이상 까여버렸다. 큰 차이를 좁히고자 과감히 기술을 던져보았지만 딱히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나의 패배로 게임이 끝났다. 고수들의 싸움일수록 기술하나차이로 결정나는 법이거든.
 
"졋, 졋다. 패배를 인정하지."

 고개를 떨군 나를 내려다보며만 소윤이는 팔짱을 낀채 명령했다.

 "흥. 커피나 갖다 바치라구."

 "알겟습니다요, 마님."

깔끔히 패배를 승복했다. 변명은 아니지만, 어짜피 져줄 생각이었으니까.

 "아, 벌써 이렇게 됬나? 학원갈 시간 다왔으니 나가자 오빠."

 패드와 콘솔을 정리하고 자리를 일어나는 우리. 게임하는동안 방바닥에 쭈그려앉아 있엇더니 다리가 저려왔다.

 "크~, 이 온몸이 피로를 호소하는 느낌, 게임했다는 실감이 들어서 끝내준다니까!"

 소윤이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머리가 좀 이상해진거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감상이라고 속으로만 딴죽을 걸며,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고시원 건물 밖으로 나오자, 아름다운 주홍빛깔을 뽐내는 노을이 먼저 우릴 반겼다. 방구석 폐인으로 지내다보면 햇빛볼 일도 별로 없다보니, 여름저녁의 하늘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뭐, 가끔씩 나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 물론 가끔 이상은 사양하고 싶다.

 "뭘 멍하니 보고있어? 방에만 처박혀 살다보니 노을 색도 까먹은거야?"

 하늘을 보고있자 소윤이가 별난거라도 본 듯이 말한다.

 "너는 내가 치매라도 걸린 줄 아냐?"

 저녁노을이 이런 분위기 였다는건 까먹은게 사실이라 뜨금하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본게 언제였던가. 언제부터 나는 바닥만 보며 살아왔을까.

 고시원에서 나와 언덕길을 따라 내려간다. 언덕위쪽으로는 고시원등의 건물들이 모여있고, 아래쪽에 상가들이 밀집되어져있다. 그렇다고 딱히 커피숍 같은곳에 가는게 아니라 그냥 편의점에 가는 길이다.

 방구석폐인의 지갑은 얇으니까 말이지. 사실 편의점만 해도 사치에, 커피숍에서 마시면 한끼식사값은 더나온다. 참고로 내 한끼식사는 3천원안으로 해결된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 즉석밥과 라면등을 싸게 살수 있다는게 꿀팁.

 그렇다고 해서 소윤이한테 커피한캔정도 쏘는걸 아깝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녀석과의 관계가 고작 몇천원 때문에 버릴만큼 가볍지는 않으니까. 사실 어떤일이 생겨도 버리고 싶지 않다.

 "뭐야, 내 얼굴을 그렇게 쳐다보고. 이제와서 다시반했어?"

 장난기 어린 미소로 실눈뜨고 나를 바라보는 소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보고있었나 보다. 너무 방심했나.

 "애초에 반한적 없네요."

 "피, 솔직해 지라구요 오라버니~."

 "더, 더워 이녀석아!"

 "꺄악, 난폭해~!"

 팔짱끼며 엉겨붙어오는걸 저항하고자 털어내 봤지만 예상보다 끈질기게 늘어졌다. 이래뵈도 나도 남자란말이다! 언제부터일까, 어릴땐 스킨쉽도 자주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들어 밀착해버리면 오랜기간 알고 지냈어도  두근거려버린다. 뭐 서로 클만큼 컸으니 말이지. 얘는 날 아무렇게도 생각 안하는건가?

 "그러고 보니 말야." 

 "응~?"

 옆에 붙어 올려보는게 부담스러워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너 항상 내 방 올 때 이 언덕 올라서 오는거지? 힘들지 않아?"

 말하는 지금도 내려오고 있는 이 언덕은 경사도 꽤 있고 상당히 길다. 나도 고등학교 등교할 때 이정도 언덕을 오르내리긴 했지만, 조회시간마다 숨차서 엎드려 있었던 것 같다.

아 그건 항상 지각할까봐 뛰어와서 그랬나. 그래도 여자애니까 더 힘들겠지.

 "음, 뭐라고 해야될까, 이것도 운동의 일종?"

 내 팔에서 떨어져서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따로 운동하는건 없으니, 이런 거라도 올라줘야 체중관리가 쉽다고 할까. 물론 먹는것도 조심하고 있어. 숙녀에겐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는 말씀."

 소윤이가 체중관리도 신경쓰고 있었다니 의외다. 내 방에서 과자같은거 먹는걸 자주봐서 생각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다 먹는 양 같은 걸 정해놓고 있었던건가.

 "의외인데. 너는 먹어도 살 안찌는 타입인줄 알았어."

푸하핫 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그녀.

 "그런사람 있을 리가 없잖아? 먹고 소비안하면 다 쌓인다고. 이 몸매를 유지하려면 신경안쓸 수 없다니깐."

 "이러나 저러나 너도 여자애란 거구나."

 "뭐야 그거, 무슨의미야? 푸핫."

 뭐가 그리 웃긴건지. 그래도 소윤이의 또다른 일면을 본 것 같아 기뻤다.

 언덕아래람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편의점이 보였다. 대형마트 보단 작지만 상당한 크기의 점포라 그런지 입구부터 여러 가지 행사상품이 쌓여있다. 나는 자연스레 그쪽을 향하여 훑어봤다.

 "젠장. 다 2+1밖에 없는건가. 이것들은 나중에 체크하고, 1+1도 한두개 정도는 있을 법도 한데..."

 행사상품이 늘어져있는 천막아래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나를 질린다는 듯이 바라보는 소윤이. 궁상맞아서 미안하게 됫네요. 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행사상품 아니면 거의 안사는 주의다. 정가내고 물건을 살 바에는 인터넷쇼핑 배송비 무료일정도로 한꺼번에 모아서 사던가 발품 팔아서라도 할인마트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윤이 사줄 커피까지 그런 건 아니니까 오해 안했으면 좋겠다.

 "저기요, 이렇게 연약한 여동생을 방치하고 뭐하시고 계신건가요, 지금?"

 "미안한데 3분만 시간을 줘. 평소에 밖에 나올 일 없는 방구석폐인은 어쩌다 한번 나왔을 때 물자보충을 위한 노력을 해야 된 단 말이야!"

 "에휴, 나 먼저 가서 고르고 있는다."

 "야,야. 좀 기다리라고!"

 마음속 나의 찌질한 변명을 듣기라도 한건지, 질렷다는 듯이 나를 내버려두고 들어가버렸다. 으음, 어쩔 수 없지. 나는 못다본 행사상품을 방치하고 소윤이를 따라 들어왔다.

 문을 여니 가게 안쪽에 있는 음료수 냉장고에서 고르고 있는 소윤이가 보였다. 그녀가 들고있는 것은 '래쓰 비' 였다.

 "뭐야, 사양안해도 돼. 너한테 커피사줄 돈 정도는 있으니까."

 "응? 이것도 커피인데요."

 "아니 그러니까, 괜히 싼 거 살필요 없다는거지. 먹고싶은걸로 골라."

 생색내려는건 아니지만 커피숍은 못 데려가주니 캔커피라도 맘에드는걸로 골라줬으면 싶었다,

"별로 사양하는거 아닌데? 오빠 지갑사정 걱정해서 싼 거 사는거 아니거든. 난 커피는 카페인보충용으로 사는거니까 비싸든 싸든 별로 차이없다구. 애초에 옆에있는 저 두배 비싼 놈이랑 맛도 크게 다른지 모르겠던데. 거기다 봐 이거."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는 '래쓰 비'가 1+1 행사중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오빠가 좋아할만한 이벤트네. 물론 내가 둘다 마실거지만."

 "요즘 여고생답지 않게 쿨한걸. 여자들은 뭔가 캔커피에도 브랜드 따질거같은 이미지였는데 말이지."

 "뭐야 그거. 전 합리적인 여자랍니다."

 커피를 그저 카페인보충용으로만 생각하는 면에서 쿨 하다고 느끼는 내가 이상한걸까. 중2병감성에 동경해버리는 방구석폐인이라면 누구나 나에게 공감할거라 믿는다.

 "그런 이유면 에너지드링크는 어때? 이것도 맛있다고 탄산이라서."

 나는 옆 냉장고에서 '핫식스'를 꺼냈다. 어라 이것도 1+1행사중이네. 보급형 카페인 음료캔이 둘 다 파란색인건 의도된걸까.

 "그거? 난 완전 별로던데. 왠지 홍삼향 나고 맛도 뭔가 시큼하고 탄산이 많아서 트림만 나오고 학원에서 먹기엔 완전히 부적합한걸. 덤으로 입냄새도 심하고."

 "뭐?! 이거 마시면 입냄새가 심하단 말야? 3년이상 애용하면서도 전혀 몰랐어!"

 "그거야 오빠가 마시고 난후에 말걸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러시겟죠."

 "... 너무 슬픈말은 자제해줘."

 충격적인 사실에 이어서 훅 들어온 팩트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다. 그러고 보니 항상 방구석이나 피씨방에 박혀서 게임할때나 마시곤 했었지. 사실 그거 외의 상황에서 마셨어도 말걸 사람 딱히 없습니다.

 "그래도 에너지드링크만의 입에 딱 붙는 맛이 있다니까! 한번 마시면 빠져나오기 힘든 그런 마력이..."

 "그냥 카페인이랑 타우린 중독이신거 아닌가요, 오라버니?"

 "... 빨리 계산이나 하자."

  더 이상 들었다간 갈대같은 나의 마음이 꺾일까봐 소윤이가 들고있던 캔들을 낚아채 자리를 빠져나왔다.

 계산대에 음료를 올리고 카드를 꺼내고 있으니까 졸졸 따라온 소윤이가 또다시 엉겨왔다.

 "야, 안떨어져? 알바가 보잖아."

 나는 알바생이 못 듣도록 최대한 작게 말했다.

 "응~? 뭐라는지 잘 안들리는데~?

 "알바가 본다고요, 알바가."

 "잘 안들려~."

 다 들리면서! 오늘따라 정도가 좀 심한데. 바코드를 찍으면서 은근히 흘겨보는 알바생의 따가운 시선에 식은 땀을 흘렸다.

 "봉투 20원인데 필요하신가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영수증을 건네어주시는 알바생분. 이 무슨 수치플레이인가.

 "아, 아니요. 고생하십쇼!"

 허겁지겁 카드를 돌려받고 왼쪽에 들러붙은 소윤이째로 가게를 나왔다.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내 옆을 휙 떨어지는 소윤이.

 "... 대체 뭘 하고 싶은거냐."

 "딱히 뭘 하려는건 아니거든~, 그냥..."

 말하면서 다가와 자신의 커피캔들을 낚아챈 뒤 빙글 돌아 길가쪽으로 걸어나간다. 종종걸음으로 길 건넛편까지 넘어가는 그녀. 그러더니 고개만 살짝 돌려서 나를 보고 웃었다.

 "우리 둘이 남들한테는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졌을 뿐이야."

 그 한마디에 어디선가 날아온 공에 머리를 얻어맏은 것 마냥- 붉게 지는 석양, 아스팔트 바닥에 어슴푸레 늘어지는 그림자, 부드러워 보이는 갈색 머릿결을 쓸어넘기며 웃는 소윤이의 모습이 어우러진 장관을 나는 얼이 빠진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정적이 있은 후.

 "...풉, 푸하핫. 오빠 얼굴 빨개진거봐~. 이번 거 확실히 먹혔지? 그지? 뭐야~? 오빠, 역시 나한테 반한 거 아냐~?"

 얼마쯤 서로 보고 있었을까. 더 이상 못견디겠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는 소윤이. 그 소리가 나를 충격의 여운에서 깨웠다.

 "아,아, 아니거든! 그, 그래. 노을! 노을 빛 때문에 빨갛게 보이는 거겠지!"

 "쿠쿡. 알았어, 그런 걸로 해줄게."

 배를 움켜쥐고 웃고 있다. 그렇게 내 반응이 얼빠져 보였나.

 "그래도 아까 알바생이 봤을 때 우리가 무슨 사이로 보일지 궁금했던건 사실인걸."

 웃다가 나온 눈물을 닦으며 나를 올려다 보는 그 얼굴을 못 보겠어서 핫식스 캔을 따 들이켰다.

 "푸하. 그야 당연히, 어디에나 있을 법한 방구석폐인과 그 소꿉친구로 보이겠죠. 아니면 오빠와 여동생 정도려나."

 "오빠랑 나 전혀 안닮았는걸?"

 "남매란게 다 그런 거 아니겠냐, 아마도."

 여태까지 봐온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 주인공은 평범한데 여동생은 미소녀 인거로 봐선 확실하다.

 "그래도 뭐, 오랜만에 오빠의 신선한 반응을 봐서 즐거웠어. 같이 밖에 나올 때 정도 아니면 이런장난 못하니까 말이지."

 "즐기셧다니 다행이네요 그래. 나도 오랜만에 햇볕도 쐬고 신선한 공기도 마셔서 나쁘지 않았다."

 "그럼 평소에도 좀 밖에 나오셔서 운동도 하고 그러세요 오라버니."

 "그건 사양하고 싶네만."

 그 후 나란히 소윤이 학원쪽으로 향하는 중, 점점 어두워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우리는 말이 없었다. 한바탕 소동 후의 소강상태. 서로 말할 타이밍을 재는듯한, 그런 미묘한 침묵.

그래도 딱히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기분좋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걸었다.

 이윽고 학원이 보이는 길목에 다다랐다.

 "... 땡큐. 덕분에 기분전환이 된 거 같아. 내일부터는 힘내볼게."

 먼저 입을 열었다. 헤어지기 전에 이 말을 전해야 될 거 같았다.

 "... 그래? 그럼 다행이네."

 대답하며 앞으로 걸어나가는 소윤이.

 "힘내라구, 오빠. 항상 응원하고 있으니까."

 등을 돌린채 말을 하곤 뛰어갔다. 그 뒷모습이 보이지않게 될 때까지 자리에 서있었다.

 

 "고마워."


 사실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소윤이 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그것도 굉장히.

 되고나서 스스로도 느끼는 거지만 방구석폐인이란 건 썩 유쾌한게 못된다. 나를 방구석으로 몰아넣은, 무리 안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신경써주는 사람 하나 없는 소외감. 밖에 나와도 어디 갈 곳도 없고 찾아주는 사람도 없는 외로움.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것만 같은 중압감과 두려움. 남들에 대한 열등감과 시샘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나의 검게 빼곡히 칠해진 종잇장같은 마음의 지우개 같은 존재. 이런 나에게도 찾아와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걱정해주고 고민해주고 공감해주고 비판해주고 웃어주고 화내주고 을어주는 존재. 열기를 포기한 문을 열어 밖으로 이끌어 주는 존재. 같이 있을 때, 대화할 때 만이라도 예전의 나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나의 암울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존재. 모두가 떠나갈때도 곁을 지켜준 소윤이는 나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인 것이다.

 나의 놈은 언제부터 이렇게 꼬여버린걸까.

///


 "삐비비빅, 삐비비빅."
 
 "으, 으음..."

 들려오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5분후 다시울림'을 누른후 다시 침대에 쓰러진다. 눈을 감고 멍한 정신이 잠에 빠져드는 것을 느끼다가, 갑자기 알람을 맞춰덨던 이유가 떠올라 몸을 일으켜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열어 알람을 해제했다. 알람맞춘 시간에서 1분이 경과하여 지금 가리키는 시각은 오후 12시.
 
 알람 시각을 11시 59분으로 맞춰논것은 기왕 일찍일어날꺼면 적어도 오전에 일어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평소 2-3시쯤 일어나는 방구석폐인에게는 이것도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다.
 
 나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비좁은 화장실에서의 샤워를 마치자, 의식이 어느정도 각성했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책상앞으로 와선 그곳에 올려진 종이를 집어 들여다 봤다.

 그 내용은 어제적은 '내일 할일' 의 목록. 나는 그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한다.


 할일 1번-평소의 일과.


 이제부터 방구석폐인의 평소의 일과를 소개하겠다. 먼저 스마트폰을 켜 평소하던 모바일게임의 출석체크 및 일일퀘스트. 이것을 하는 동시에 컴퓨터의 전원을 킨다.

그 후에 평소 자주보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하여 인기글 정주행. 주로 내가 하고있는 게임의 커뮤니티를 보는데, 특별히 뉴스를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SNS도 하지 않는 나에겐 이 커뮤니티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게되는 유일한 사이트이다. 게임 커뮤니티라고 게임 이야기만 하는게 아니라 최근에 일어난 큰 사건

이라던가, 요즘 유행하는 말이나 유머등도 올라오기에, 나름대로 사회와 소통하는 기분이든다.

"생각하니까 좀 비참해지는군."

 방구석 폐인이 다 그렇지 뭐. 커뮤니티 사이트 순회가 끝난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옆에 놓인 박스에서 라면과 햇반을 꺼냈다.

그리고 버너를 가져와 수돗물을 부은 냄비를 얹은 후 불을 켰다. 남들 점심먹는 시간에 말하기도 뭐하지만 평소보다 상당히 이른 아침식사라 그런지,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는 않다. 그래도 이후의 일정들을 위해 나는 빠르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물이 끓는동안 햇반을 전자렌지에 돌려 놓고 냉장고를 열어 먹다 남은 참치캔을 꺼냈다. 밥과 라면, 그리고 참치캔. 이정도면 무직휴학생인 나에게는 충분한 메뉴였다. 아직까지 집에서 보내주는 용돈과 저금해뒀던

돈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사치를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윽고 물이 끓자 컵라면에 부은 후 버너를 정리하고 다 데워진 햇반과 컵라면, 참치캔을 키보드를 앞쪽으로 밀어두고 책상으로 옮겼다.

그리고 바탕화면에 있던 문서하나를 화면에 띄웠다.

할일 2번- 아르바이트 이력서 작성

"아르바이트 지원 양식서라..."

 사실 어제 소윤이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온 후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져봤다. 뭐 나도 슬슬 이대로는 안될거 같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지. 찾고 찾다가 어느정도 타협하여 고른 것이 만화/dvd 대여점 아르바이트였다.

이 정도면 시급은 높지 않지만 크게 몸쓰는 일은 없을테고, 사이트에 나온 소개에 따르면 이 가게는 대여관리를 자동기계를 이용해서 하는 듯 나와있어서 손님들 응대도 생각보다 적어보였다.

 "이런 이력서 같은건 생전 처음써보는걸."

 쭉 훑어보니 이름, 연락처, 주소등의 필수적인 것 외에도 최종학력, 재학중 또는 출신학교, 종교, 가족관계, 키, 몸무게, 특이사항 및 병력, 취미생활, 자신의 장점등 별별 항목들이 다있었다.

 "아니 취미생활이랑 자신의 장점? 이런것도 원래 써야되는건가. 자신의 장점이라니 대체 뭘 쓰면 좋은거야."

 아르바이트하는데 이러한 개인정보도 알려줘야 되는 거였다니 처음알았다. 키랑 몸무게는 또 왜쓰란거지? 키 작거나 뚱뚱하면 안뽑겟다는거야 뭐야. 최종학력과 학교, 종교 쓰란것도 신경쓰이네. 회사 입사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아르바이트 하는거에도 이런걸 따진다니 은근히 기분이 나빴다.

금방 쓸줄알았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게 생겼다. 나는 다 익은 컵라면을 들이키며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빈칸을 매워나갔다.

 "엥? 오빠 오늘따라 일찍일어났네. 뭔 일 있어?"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소윤이가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한테 열쇠를 줬던가. 매번 문열어주기도 귀찮아서 그랬던거 같다.

 "뭔 일 있어야만 일찍 일어나는줄 아냐."

 사실 일 있어서 일어난거 맞지만. 말하면서 소윤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잘 모르는 외국만화에 나올법한 캐릭터가 그려진 반팔티에 검은색 핫팬츠로, 시원하게 뻗은 팔다리를 자랑하고 있다. 역시 뭘 입어도 잘어울리는구나 이녀석.

 근데 어제보다 노출도가 올라간거 같은데. 남들한테도 보여질걸 생각하니 조금 미묘한 감정이다.

 "뭐하는 중이야? 아 오빠, 또 라면먹고 있지~? 그런거 맨날먹으면 몸 망가진다니깐."

 평소의 잔소리가 시작됬다.

 "나도 먹고싶어서 라면만 먹는건 아닌데 어쩌겟니, 돈이 없는걸."

 "나중에 병원비가 더나오겠네요 이사람아. 그러니까 알바라도 빨리 구하란거야."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시네요 정말. 맞는말이라 반박을 못하니 더 초라해진다.

 "그래서 지금 구하려고 서류작성 중입니다."

 턱끝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때서야 화면을 확인하는 소윤이.

 "오, 뭐야 뭐야? 아르바이트 지원 양식서? 이제 진짜로 알바 할 생각이 든거야?"

 "할 생각은 전부터 쭉 있었어. 마땅이 할걸 못찾은거 뿐이지."

 "그거 그냥 변명아니었어?"

 진심으로 놀란듯이 말하니까 내가 더 뻘줌하잖아.

 "실례구만. 제대로 매일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탐색중이었네요 뭐."

 "네,네. 그런걸로 해드리죠. 그래서 어디에 지원하려는 거야?"

 전혀 안믿는다는 투로 말하네. 이렇게 신용받지 못하다니 슬프다.

 "만화/DVD대여점인데, 너 혹시 여기 알고있냐?"

 말하면서 마우스를 움직혀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띄웠다. 매장 겉모습과 매장소개를 훑어보는 소윤이.

 "흐응, 만화 대여점이라. 오빠 취미에는 맞을 법한 아르바이트네."

 "딱히 내가 만화를 좋아해서 고른건 아니라고?"

 물론 어느정도는 맞지만 그것뿐만은 아니라는 뜻으로.

 "그래도 이거 괜찮겟어? 겉으로 봤을 땐 매장이 꽤 커보이는걸. 거기다 대여점이면 빌려가는 손님 응대도 해야될텐데. 오빠한테는 조금 힘들지 안을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이정도 쯤이야..."

 "그야 낯가림 심한 방구석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 맞는 말씀이십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보며 말했다. 뭐라 돌려줄 말도 없다.

 "그래도 대여점이 큰거는 한타임에 알바생을 두명이상 쓴다고 하고, 여기는 책이나 DVD 대여관리를 자동기계를 통해서 하는거 같더라구. 이정도면 할만하지 않을까?"

 "기계로 대여관리 한다는건 그렇다고 쳐도, 오빠가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랑 어떻게 지낼지가 더 걱정되는걸."

 "큭..."

 그런말 하니까 나까지 걱정되기 시작했잖아! 갑자기 이 아르바이트 하면 안될거 같은 기분이 몰려왔다.

 "무, 뭐 그래도 이정도면 할만한 편 아닐까? 다른 아르바이트 보다야 훨씬 나을 거 같은데? 오빠 취미에도 맞고 일도 별로 안힘들어 보이고. 응, 이걸로 해봐!"

 내가 생각보다 심각한 표정을 하고있자 당황한듯 손을 흔들어가며 말했다. 이제와서 위로해봤자 병주고 약주고다.

 "에휴,그래. 이거라도 어디냐. 일단 한번 해봐야지."

 "응,응! 힘내 오빠~."

 다시 이력서 작성을 시작했다.

 "응? 오빠. 근데 이거 잘못적은거 아냐?"

 "어떤거?"

 "이거말이야, 이거."

 말하면서 모니터를 가리킨다. 손끝이 향한 곳은 172/60 이라 적혀있는 키/몸무게 칸.

 "... 이게 어때서?"

 "흐응, 오빠. 내가 모르는 사이 키가 좀 컷나보구나?"

 "어, 그래? 좀 큰거같냐? 안그래도 요즘 무릎이 은근히 쑤시더니 이제와서 키가 좀 크는건가~."

 "그러게, 어제만해도 몰랐는데. 하루만에 3센치는 컷나봐."

 뜨끔.

 "하,하하. 그게 무슨말씀이신지..."

 "솔직하게 적는게 어때? 3센치정도 작다고 아무도 신경안쓸걸."

 "신경 써! 특히 내가!"

 169와 172의 하늘같은 차이를 모르는거냐! 10의 자리수가 바뀌는게 엄청난 차이라니깐! 아, 왠지 눈에서 땀이 나는걸.

 "... 평소에 3센치 깔창깔고 다니면 172와 똑같은거 아닐까?"

 눈물겨운 논리를 펼치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본다.

 "하아, 맘대로 하셔. 그래도 이런건 솔직하게 적는게 좋다고 봐."

 "나도 언젠가 솔직해질 날이 오길 빈다."

 내 키가 자라서 말이지. 남자는 늦게까지 큰다고도 하니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다른 항목 작성을 시작하자 소윤이는 이제 질렸는지 평소처럼 내 침대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라면을 먹으며 작성하다가, 끝쪽에 와서 막혀버렸다.

 "취미는 뭐라고 써야되는거야..."

 내 취미라고 해봤자 게임하기, 만화보기정도인데. 도저히 이력서에 쓸법한 취미들이 아니다.

 "야, 이력서에 쓸 취미로는 좋은게 뭐가있을까? 뭔가 성실해보이거나 진지해보일만한거."

 뒹굴거리는 소윤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엥, 그냥 있는그대로 쓰면 되는거 아냐? 솔직한게 좋다니깐."

 "그렇다고 게임하기, 만화보기 이렇게 쓸 수도 없잖아."

 "왜 못써? 잘 포장만 하면 되지."

 포장? 게임하기를 있어보이게 쓰려면 뭐라해야되나.

 "구지 게임이라고 할 필요 없이 컴퓨터를 쓰니까 인터넷 검색이라던가. 만화보는건 독서감상이라던가. 여러가지 방법이 있잖아?"

 "아 그런식인가. 오케이, 감 잡았어."

 도움을 받아 한가지 문턱은 넘었지만, 마지막 수문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장점'. 이건 진짜 뭘써야 되는거야?

 내가 생각해도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는 내가 자신있장 장점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지 생각이 안났다.

 "...야. 너가 봤을 땐 나의 장점이 뭐인거 같냐?"

 "응? 거기에 그런것도 써야돼?"

 몸을 일으켜 모니터쪽으로 다가오는 소윤이.

 "진짜네. 아르바이트 이력서에는 별걸 다 쓰는구나. 근데 여기 나와있기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장점을 쓰라잖아? 나한테 물어도 무슨소용이야."

 "스스로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는겁니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그녀.

 "으음, 오빠의 장점이라... 흐음..."

 잠시 고민하더니 뭔가 떠올랏다는듯 고개를 들었다.

 "아! 오빠, 장점 하나 있잖아! 그것도 엄청 심한거!"

 장점인데 엄청 심한거라니 뭔가 어감이 이상한데.

 "어떤거 말하는거야?"

 "짠돌이? 아니, 뭐라해야되지. 절약? 검소?"

 "아, 확실히. 그거 하나는 내세울만 하다."

 듣자마자 바로 납득이 갔다. 자발적으로 그렇게 된 게 아닌 단지 돈이 없어서 아끼고 사는지라 전혀 생각도 못했다.

 "땡큐. 덕분에 막막했던 문항들도 다 채웠어."

 "언제쯤이면 이정도 시련을 내 도움없이 해결하려나. 이래서야 직접 면접보러가는건 잘 하겠어?"

 "야, 말 잘꺼냈다. 사실 면접 대비해서도 네 도움이 좀 필요해."

 "으엑, 뭘 또 시키려구~."

 

 할일3번- 면접 이미지 트레이닝


 어떠한 일을 하기전에 그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생각해보고 대비하는것은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나같은 인간에겐 굉장히 중요한 작업중 하나이다. 전투에 임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알고 적을 알아야 승리하는 법. 나는 이래뵈도 나 자신에 대해선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도 안하고 갔다가는 질문받았을때 당황해서 어버버 거릴게 분명하기에, 먼저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서 면접때 나올 질문을 어느정도 예상한 다음

답변을 어떤식으로 할지 방향성을 설정하고자 한다.

 "-라는 이유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소윤씨."

 "에휴. 그래서, 구체적으로 난 뭘하면 되는데?"

 굉장히 귀찮다는 표정을 하고있지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자기가 이 만화/dvd 매장의 매니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아르바이트 지원자한테 어떤질문을 할거같은지 생각나는 대로 말해줘."

 "그런말 들어도 말야~, 나도 아르바이트 같은거 한적 없으니 잘 모르는걸."

 "진짜 생각나는 대로 말해줘도 괜찮으니까, 부담없이 던져봐."

 으으음, 하고 소윤이가 고민하고 있는 동안 나도 나름대로 매니저가 되어서 어떤 질문을 할지 생각해 보았다.

 "역시 물어본다면, 어느정도 기간동안 알바를 할것인가? 아니면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릴까? 정도려나."

 "뭐, 대충 그정도 일거 같긴해. 다른것도 생각나면 말해줘."

 "흐으음, 오빠는 어떤 질문 할거같은데?"

 "여태까지의 알바 경력이라던가, 동종업계에서 일한적 있는지, 그런거 물어볼거 같은걸."

 "그럼 어떡해? 오빠 알바경험 전무잖아."

 걱정되는건지 웃기다는건지 애매한 말투로 말하는 소윤이.

 "...어쩌겟냐. 사실대로 말해야지."

 괜히 경력까지 속였다간 아무것도 모르는데 여러가지 업무 맡길거 같고 말이다. 이런건 괜한 허세 부리지 말고 솔직히 말하고 배우는게 좋다는것이

경험에서 나온 진리다.

 "별로 이정도면 된 거 아냐? 대부분은 이력서에 썻으니까 크게 질문할것도 없어보이는걸.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구. 자신감이 더 중요해, 자신감!"

 "자신감 말이지..."

 사실 그게 제일 걱정이다.

 "그리고 어떤 질문 받을까보다, 난 첫인상이 어떻게 보일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 오빠 설마 면접가는데 평소처럼 후줄근하게 입고 갈건 아니지?"

 팔짱을 끼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야,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입고 나가진 않을 거거든?

 "다, 당연하지! 갖고있는 옷중에서 그나마 가장 깔끔한 걸로 입을거야."

 말하면서 침대 옆 옷 선반을 뒤져 티와 바지를 꺼냈다. 왼쪽 가슴쪽에 작은 문양이 새겨진 박스한 느낌의 깔끔한 면티와 군청색 슬랙스. 이정도가 지금 준비가능한 최선이다.

 내게서 옷을 건내받아 이리저리 살핀다.

 "흠, 이정도면 뭐 나쁘지는 않으려나. 츄리닝이 아닌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느낌이네."

 "날 너무 무시하는거 아니냐 너..."

 객관적으로 봐서 소윤이가 나보다 패션센스가 좋은게 명백하기에 그녀의 비판을 모두 수용하고자 했다.

 소윤이는 들고있던 내 옷을 침대에 널어놓고는, 갑자기 일어나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선 얼굴을 앞으로 들이밀더니, 내 턱을 잡고 더욱 밀착했다.

 "어,어? 야, 야. 잠깐만! 너,너 지금 뭐, 뭐하는거야!"

 코와 코가 맞닿는게 아닐까 하는 정도로 얼굴을 밀착시켜오는 것에 당황하여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바로 앞에서 소윤이의 숨결에,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졋다.

 "흐음..."

 내 턱을 잡은채로 이리저리 얼굴을 돌려보는게 느껴진다. 나는 벌게진체 아무말도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렸다.

 "음, 진단 끝. 어떤점을 개선해야될지 알았어."

 어느정도 턱을 잡고 돌리다가 만족한 듯이 떨어졌다.

 "허억, 허억, 허억. 야, 너, 너! 갑자기 이러지마! 심장 멎는줄 알았네."

 "뭐야~? 순수한 오빠한텐 자극이 너무 쌧나? 쿠쿡."

 "야,됏고. 왜 이랬는지나 설명해."

 장난스러운 듯한 표정에 혼자 당황한게 창피해서 이유를 캐물었다.

 "왜 이랬긴. 오빠 얼굴에서 고쳐야 할점을 파악해기 위해서지."

 "고쳐야할점?"

 성형이라도 시키려는 거냐.

 "지금 할 수 있는건 눈썹정리, 잡티커버, 머리셋팅 정도네. 이것만 해도 훨씬 깔끔해 보일걸?"

 성형보다 훨씬 현실적인 제안이 그녀 입에서 나왔다.

 "머리야 뭐 그렇다 쳐도, 눈썹? 잡티? 는 어떻게 하란거야."

 "에휴, 오빠는 나없으면 어쩔뻔했어? 내가 도와줄테니 가만히 있으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하는 소윤이. 그리곤 자기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몇가지 소품들을 꺼내더니, 그 중에서 핀셋같이 생긴 것을 집어들어서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뭐할라고?"

 "입 다물고 내가 하란대로나 해. 앞머리 손으로 들고 눈 감은다음 눈쪽 힘을 빼. 잠잘때 처럼."

 "알겟습니다요."

 묘한 박력에 순순히 시키는 대로 따랐다.

 "자, 움직이면 안돼?"

 눈을 감고 있어도 소윤이의 시선이 내 이마쪽에 있는게 느껴졌다.

 "헤에, 오빠 눈썹 진하네. 속눈썹도 긴 편이고. 정리만 좀 하면 나쁘지 않겠어."

 "그거야 고맙네요."

 이윽고 얇은 물체가 내 눈썹에 닿는것이 느껴지더니, 그대로 잡아서 당겨버렸다.

 "앗! 응? 별로 안아프네."

 "내가 움직이지 말랬지! 족집게로 빼면 원래 별로 안아프니까 괜히 호들갑 떨지 말고 힘빼."

 "명령대로 합죠..."

 어느정도 눈썹을 뽑는 작업이 반복되다가, 달그락 거리며 도구를 바꾸는게 느껴졌다.

 "지금부터는 눈썹칼로 다듬을꺼니까, 진짜로 움직이면 안돼. 잘못하면 베인다구 이거."

 "잘부탁드립니다."

 "먼저 눈썹라인을 그려서 잡은 다음에 시작할꺼니까 힘 빼."

 처음에 무언가가 눈썹을 훑는 것이 느껴지더니, 곧 눈썹을 조금 깎고 떨어져서 확인하는 작업이 반복되었다. 그녀의 숨결과 손길이 간질간질 했지만 속으로 염불을 외며 참았다. 작업은 5분정도 계속되었다.

 "휴, 끝났다. 남자눈썹 손질한건 처음이지만, 이정도면 잘된거 같은데? 함 봐봐."

 손거울을 눈앞쪽으로 들이밀며 말하는 그녀. 나는 고개를 돌리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확실히 잔털등도 정리되고 튀어나온 눈썹도 뽑아서 라인이 깔끔하게 정돈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윤이는 일어나서 뒤로 두걸음 정도 걸어가더니 턱을 괴고 내 얼굴을 관찰했다.

 "음! 눈썹 정리하니까 전보다 인상이 뚜렷해보이네. 감사하도록 하세요, 오빠."

 "그래? 감은 잘 안오지만, 어쨋든 땡큐."

 "아, 잠깐. 어디가려구! 아직 안끝났으니 기다려."

 "뭐야, 뭘 더 하려고?"

 일단락 된거같아 아침먹은것을 치우려고 하는데 소매를 붇들렸다.

 "자, 이거받아."

 그러더니 자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냈다.

 "응? 왠 화장품?"

 그녀가 내민건 손바닥보다 약간작은 튜브형태의 화장품이었다.

 "이거 내가쓰는 CC크림인데, 색도 약간 어두운 편이라 오빠가 발라도 무난할거야. 자, 이거 약간짜서 얼굴에 펴바르듯 발라봐."

 "야,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 세수하고 스킨만 잘 바르면 됐지."

 "뭔소리야? 요즘 기초화장정도는 남자들도 많이 하고다녀, 특히 대학생이상이면. 뭐, 오빠가 알거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말야."

 "...그런거였냐?"

 "잡티하고 여드름자국 그대로 내놓고 다니는거보다 100배 나으니까 하란대로 해, 빨리."

 강압적인 태도에 인생 처음으로 화장품 대뷔하게 생겼다. 그래도 지저분한 피부가 평소에 신경쓰이긴 했기 때문에,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아~! 그런식으로 한번에 많이 바르는거 아니거든? 조금만 손바닥에 짜서 손가락으로 찍어서 얼굴에 펴발르란 말이야."

 평소에 스킨바르듯이 대충짜서 손바닥으로 비볐더니 엄청난 항의가 들어왔다. 처음써보는데 실수할 수도 있지.

 "그래, 그런식으로. 입 주변하고 콧대, 눈밑까지 다 펴서 발라줘야돼."

 "... 됐냐?"

 "이제, 턱 밑에 목하고 이어지는 부분도 전체적으로 발라줘. 안그러면 얼굴쪽하고 목쪽의 톤이 안맞아서 바른게 티나거든."

 "알았어."

 순순히 시키는대로 따르자,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야, 어떤거 같아?"

 "잠시만 기다려. 평가는 전부 끝나고 해줄게."

 "평가라니, 뭐 그리 대단한거라고..."

 "오케이, 이제 마지막으로 헤어셋팅까지. 오빠, 왁스는 있지? 너무 왁스칠한 티 안나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해봐."

 "알겟습니다요."

 이제는 명령받는것도 익숙해져 자동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머리를 만지기 전, 거울에 비친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봤다. 확실히 눈썹도 정리하고 얼굴에 화장품도 발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깔끔해 보이지만, 그래도 평소랑 크게 다른지는 모르겠다. 결국 내 얼굴인걸. 소윤이의 평가가 별로일 것을 대비해 기대 안하기로 했다.

 어느정도 내 얼굴을 관찰하다가, 셋팅을 시작했다. 머리를 결을 따라 한번 빗어준 후 왁스를 손에 넓게 펴발라 머리 뿌리부터 넣고 쥐어주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한 후 적당히 쓸어내렸다. 그렇게 셋팅까지 끝내고 소윤이 앞에 서서 검사를 받았다.

 "그래, 오빠! 이러니까 얼마나 정상인같아! 평소에도 좀 이렇게 하고 다니자 제발."

 눈을 빛내며 칭찬이라기엔 애매한 감탄을 하는 소윤이. 나를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서 보다가를 반복했다.

 "칭찬할꺼면 좀더 알기 쉬운걸로 해줘..."

 평소에 얼마나 정상처럼 안보이는건지 두려워졌다.

 "그래도 이정도면 최소한 외모때문에 면접에서 걸러지진 않을거야. 자, 어깨피고! 자세가 첫인상엔 중요하다니깐! 필요한건 자신감이라구, 오빠!"

 내 등을 펑펑 쳐대면서 말했다. 멋쩍어진 나는 책상쪽으로 향했다.

 "고마워, 이렇게까지 도와줘서. 알바 붙으면 한턱 낼게."

 정면에서 말하기 부끄러워 책상에 놓인  먹던 것을 치우며 등을 돌린채로 말했다.

 "정말? 흐흐, 그럼 뭘 얻어먹어 볼까나..."

 "살살 부탁 드립니다요."

 책상위와 면접대비 한다고 어지러진 방을 치우는 동안, 소윤이는 다시 침대에 누워 뒹굴거렸다. 뭐 오늘은 충분히 도움 받았으니 뒷정리 정도야 혼자 해야지.

 정리를 끝낸 후에 나는 나갈 채비를 했다.


 할일4번- 정기검진.


 "오빠 어디 나가려구?"

 신발을 신고 있으니 뒤에서 질문이 날아왔다.

 "오늘 검진받으러 가는 날이야."

 "아, 벌써 그렇게 됫었나. 잘 갔다와, 오빠. 난 좀더 있다가 학원 갈게."

 "그래라. 갔다올게."

 "내일 면접 힘내라구~"

 소윤이의 인사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혼자 밖으로 나온게 얼마만일까. 그래도 이대로 검진만 끝내고 오면 오늘 할일 무사히 모두 클리어. 소윤이 덕분에 수월하게 해낸것 같다. 알바 붙으면 감사의 선물이라도 사다줘야지.



////

 

다음날. 면접당일.

 나는 매장 근처에 와서야 비로소, 나의 중대한 실수, 어처구니없는 미스,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본 자만에 대하여 깨닫고 말았다.

"으,으으,으으으..."

 이곳은 번화가의 한 골목. 커플비중이 굉장히 높은 이곳은 카페와 옷가게, 음식점등이 즐비한 나에게는 너무나도 안어울리는 장소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마음놓고 불만 표출도 하지 못한채,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속으로 앓는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한거야, 나..."

 아르바이트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집을 떠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어제 그렇게 소윤이에게 도움까지 받았으니 면접정도는 가뿐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 관측.

그러나 매장에 가까워질수록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몸을 엄습하더니, 근처에 와서야 마침내 그 실체를 깨닫고 말았다.

 이번에 내가 저지른 큰 실수는 크게 두가지.


 그 첫째- 아르바이트 할 장소를 사전에 탐색하지 않은 것.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만으로 판단한 것이 잘못되었다, 아무리 방구석 폐인이라도 한번쯤 나와서 매장을 봤어야 했다, 써져있는 설명만으로 판단하면 안됐다등 별별 후회가 밀려왔다.

 아마 개업하기 전에 찍은거였을 매장의 사진만 보고 이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그리고 그 사진으로도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 바로 매장이 번화가의 1층에 있다는점. 안쪽이 보이는 유리로 되어 있다는점.

나는 최소한 '단순히 대여만 해주는 매장이 번화가 1층에 위치할까?', '이정도 매장 크기에다가 밖이 보이는 유리창의 디자인이 필요할까?'등의 질문을 던져봤어야 했다.

 이러한 의심없이 낙관적인 마음으로 매장 앞까지 온 나에게 그때서야 닥친 충격적인 사실. 그것은 이 만화/DVD대여점은 단순한 대여점이 아닌, 만화/DVD 카페였던 것이다! 거기다 왠지 모르게 보드게임 카페도 겸하고 있는 듯 하다.

 잘 이해안되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곳은 소위말하는 '인싸들의 공간' 이란 것이다.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방구석폐인인 나같은 놈들에겐 정말로 극상성인,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란 말이다.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매장내 풍경은, 벽면에 만화책과 DVD, 보드게임들이 진열되어 있고 매장 곧곧에 흩어져있는 소파와 테이블,  젊은 남녀가 밀착하여 하하호호 웃고 즐기고 있었고, 친구들 여럿이서 보드게임을 하며 와-와- 떠들고 있었다. 청춘들 즐기고 계시는군요~. 너무나도 불합리하게만 느껴지는 그 광경에 보기만 현기증이 몰려왔다.


 내가 저지른 큰 실수 그 두번째- 업무를 너무 쉽게 생각한것.

 대여점에서 대여관리를 기계를 통해서 하니 할일이 별로 없겟지-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 없는 낙관적인 생각이다. 과연 매장 주인이 알바가 있는데도 돈을 들여서 대여관리기기를 가게에 들여놓은 이유가 뭘까?

 바로 알바는 그거 외에도 다른 할일이 많으니까. 이 조금만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 것을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했었다.

 유리창 넘어로 보이는 풍경에는 물론 알바도 포함되어 있었다. 쉬지않고 계속 손에 무언가를 바꿔들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그들을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왔다.

 "얼마나 손님들 대할 일이 많은거야..."

 얼핏 보기만 해도 그들이 하는 업무로 보이는 것은 손님 자리안내, 메뉴 접수, 음료와 다과 서빙, 만화/DVD 추천, 자리청소등 내가 처음에 예측한 범위에서 크게 멀어져 있었다. 거기다 손님에게 향하는 상쾌한 미소. 그걸 보자 '아, 저거는 내가 할만한 일이 못되는 구나' 하고 깨달았다.

 "역시 세상은 만만하지가 않구나..."

 기껏해야 대여관리업무 외에는 책장정리나 창고정리, 매장청소 정도 할줄 알고있었는데 말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아르바이트 쓰는 것도 자선 사업이 아니니, 점주입장에선 돈을 줬으면 최소한 그만큼의 일은 시켜먹어야 하는게 당연한법.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게 문제였나,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 돌아가고 싶다..."

 막막했다. 잘 닦여진 도로를 달리며 포장 안된 길을 잊고 살다가 돌연 바닥에서 높은 벽이 솟아오른 느낌. 어쩐지 방구석폐인의 첫 알바 도전이 너무 순탄하다 싶었다. 마지막에 와서 이런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매장 앞을 서성거리다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것 같아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일단 어디든 가야될거 같아서 무작정 걷다가 사람이 적은 버스정류장이 보여 그쪽으로 갔다. 이 옆에 서서 버스 기다리는척이라도 해야지.

"으으으, 이걸 어쩌냐 대체..."

 이런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낀게 언제였을까. 고등학교 시절에 크게 지각하여 교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던때 일까. 지각때문에 받는 벌보다, 수업중에 들어가 반에있는 모두에게 주목받는 것이 더 두려웠었다.

 아니면 대학에서의 첫번째 전공수업일때.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화기애애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안간 사람이 혹시 나밖에 없어서 우리 과에서 나빼고는 모두가 아는사이거나 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에 결국 첫수업을 빠졌었던 기억일까.

어느쪽이던 간에 그에 못지 않게 흑역사가 될 만큼 곤혹스런 상황임에는 확실했다.

 "부우웅."

 "응?"

 돌연 오른쪽 주머니에서 진동을 느꼈다.

 나한테 딱히 연락할 사람도 없기에 어짜피 또 광고문자같은거라 생각하고 무시하려다가, 만약에라도 대여점에서 보낸것일 가능성이 떠올라 폰을 꺼냈다.


'집에 없는거 보니 이미 면접보러 나갔나보네. 힘내, 오빠! 집은 내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걱정말구 다녀와! 들어가기 전에 자세체크 한번해서 어깨피고, 자신감 갖으라구!

저녁엔 기념으로 맛있는거 먹자, 기다릴게~'


 화면을 열어보니 소윤이가 보낸 응원메시지였다. 그래, 이런 나라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내 예상보다 너무나 안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지만, 이대로 도전도 안해보고

돌아갈 순 없다. 혹시 모르지, 생각보단 할만 할지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시 대여점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아까의 결심은 어디로 간건지, 다시 무릎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들어가지 못하고 그 길목만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나.

 "그래, 자신감. 자신감을 갖자."

 흐읍, 하아. 심호흡을 한뒤 가슴을 폈다. 아래만 보고 걷다 정면을 보고 있으려니 어색해서 시선처리가 잘 안됐다.

 "이건 게임이다, 게임..."

 내가 긴장할때마다 쓰는 자기암시. 이건 게임이고 상대방은 그저 npc일 뿐이라고 마음속으로 반복해 생각하고, 상대방의 행동이 무기질적인 프로그래밍 된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긴장도 덜하게 된다. 효과가 얼마 안가서 문제지.

일단 저지르고 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에, 무작정 가게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달달한 공기와 그루브 있는 음악, 테이블에 모여 단란하게 웃음꽃을 피워내는 사람들, 주문을 받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알바생들, 이 모든 것이 내가 여기 안어울리는 존재라는걸 다시금 일깨웠다.

 "어서오십쇼~, 한 분 이신가요?"

 반사적으로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보고 인사를 건네는 알바생. 우뚝 멈춰서 굳어버렸다. 지금 깨달았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할지만 생각하다 막상 내가 무슨말을 해야될지를 생각못했다.

 "아, 혼자왔는데, 다름이아니라..."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친절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지금보니 이 알바생 인상도 깔끔하고 키도크고 자세도 당당한 소위 '인싸'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류에게 말걸어지면 무의식적으로 주눅든단 말이지...

 "아,저,에, 그 뭐냐... 아, 아르바이트 면접 때문에 왔는데..."

 "아~, 면접보러 오신 분이셧구나! 그럼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따라오라는 듯이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알바생. 하, 당황해서 완전히 말을 더듬었다. 거기다 문장 말꼬리 흘리는 것 까지. 쟤는 분명 날 좀 어설픈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자괴감에 휩싸여 그를 따라가는 동안, 더 이상의 실수를 면하기위해 면접장소에 도착하면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며 걸었다. 이윽고 가게 뒷편에 있는 매니저실이라 적힌 문 앞에 도착했다.

 "매니저님, 아르바이트 지원자분 오셧습니다."

 "오, 그래? 들어오라고 하세요."

 문 앞에서 알바생이 말을 건네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자,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럼 이만."

 일이 바쁜지 빠른걸음으로 매장으로 돌아가는 알바생. 나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오, 어서와요. 자, 이쪽에 편히 앉으세요."

 들어가니 보이는 30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모습이 내가 이미지하던 것보다 훨씬 젊어서 놀랐다.

 나는 매니저분의 손짓에 따라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이곳 매니저인 심경환이에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자리에 앉자 시원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건네셨다.

 "에,예. 제 이름은 성 진 이라고 합니다."

 "멋진 이름이네요 성진씨.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아, 감사합니다."

 "어떤걸로 드릴까요, 커피?"

 "아,네. 커피로 먹겟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 매니저분은 뒤쪽에 있는 정수기쪽으로 가 커피를 타오신 후 내게 건냈다.

 "하하, 그렇게 긴장하실 거 없어요. 이력서 보고 몇가지 질문만 하고 끝낼 거니까요. 작성해오신것 있죠? 제게 주시겠어요?"

 "아, 예. 여기있습니다."

 내게서 이력서를 건네받아 살피기 시작한다. 긴장한 채 정자세로 앉아있는 나. 천천히 살펴보는 그 눈빛에 내 나약한 속내가 다 들어나는 것 같았다.

 "성진씨, 아르바이트는 여기가 처음하는게 되는건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만..."

 "아, 아니아니, 괜찮아요. 이곳 일은 크게 어려운 것도 없고, 배우기도 쉬울거에요. 그런데 성진씨는 지금 휴학중이신건가?"

 "예, 맞습니다."

 "그렇군요. 저희가 지금 최소 2-3달은 일하실 아르바이트 분을 찾고있어서 말이에요. 이제 곧 방학이 끝나는 것 때문에 요즘 지원자가 부족해서 문제인데, 정말 잘됬어요. 성진씨는 2달이상 가능하신거 맞으시죠?"

 "에 뭐, 일단 그렇습니다만..."

 처음에 알바 사이트에서 보고 평범한 대여점이라고 생각했을때는 2달이상 일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안한다고 할 수도 없고...

 "좋아요. 그럼 다음주 부터 나오시면 되겠네요. 안녕히 가세요 성진씨, 오시기 전날 연락한번 주시고요."

 "예 알겟습니다... 응? 이걸로 끝난 건가요?"

 다 봤다는듯 이력서를 접어 들고 커피잔을 집어 일어나는 그를 보며 황당해서 물었다.

 "예? 끝이에요. 이제 돌아가셔도 좋아요. 교육은 아르바이트 첫날부터 시작할게요."

 어안이 벙벙했다. 뭐야, 이걸로 끝이라고? 아무리 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대충뽑는거 야냐이거? 좀더 여러가지 질문해보고, 말도 걸어봐서 내가 손님 접대에 알맞는 인간인지, 이런 장소에서 일하기 적합안 인간인지 알아봐야 될거아냐!

사실 면접에 도전하는것에 의의를 두고 차라리 그냥 떨어지기를 바랬는데, 예상보다 너무 간단하게 끝나서 골치가 아파졌다.

 "그,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안녕히가세요 성진씨~."

 물론 겉으로는 이런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매니저분에게 더 돌려줄 말도 없어서 터덜터덜 밖으로 나왔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도 이게 진짜로 현실인지 안믿겨졌다. 다시 돌아가 나같은 방구석폐인을 이렇게 간단히 고용해도 되는거냐고 따지고 싶어졌다.

근데 정말 의외인걸. 이렇게 금방 끝나다니 겉으로 봐선 멀쩡해 보였나본데, 소윤이가 어제 도와준게 먹혔던걸까. 그냥 평소처럼 대충 하고 나갔어야 됬나.

 "붙었는데도 왜이렇게 막막하냐..."

 당장 다음주부터 알바를 해야되는데, 손님들을 어떻게 마주할지 더럭 겁이났다. 하다가 정 못하겠으면 아프다고 해서라도 그만둬야지. 가게에 괜히 민폐만 끼치는것 보다는 그게 나을거 같다.

그래도 된건 된거니까 기뻐해야 되는것일지, 기분은 애매하지만 도와준 소윤이를 위해 무언가 사들고 가기로 했다.



////



 봉투 하나를 들고선 고시원 건물앞에 도착했다. 내용물은 소윤이가 좋아하는 초콜릿 조각케이크 하나. 알바를 구했다곤 해도 지금 소지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내 몪은 사지 않았다.

 건물의 문을 열고선 들어가면 언제나 오르내리는 계단이 보인다. 작은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기에 이 계단이 윗층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다.
 
 총 5층짜리 건물중에 내 방은 3층으로, 오르내리는데 큰 불편을 느끼진 않았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위쪽에서 사람이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2층과 3층사이의 계단에서 그 인물이 내려오는게 보였다.
 
 평소에는 최대한 다니면서 남들을 안쳐다보려고 하는 나였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듯한 생소한 냄새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닳아빠진 아디다스 운동화와 검정색 츄리닝 바지, 그 위엔 여름 한중간에 입기엔 더워보이는 카키색 후드티를 입은 그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후드를 푹 눌러쓰고선 바닥을 보고 내려오고 있었다.

 빠른속도로 내 곁을 통과해 내려가는 그와 교차하는 순간 그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강렬히 다가왔지만 그 정체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참 음침한 사람이군. 왠지 모르게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런, 저런 사람에게 시간뺐길때가 아니지. 멍하니 내려가는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내 방 문앞에 도착하여 열쇠를 꺼냈다. 찰칵, 찰칵.

 "응? 얘가 문 잠구는걸 까먹었나."

 열쇠를 돌리는데 열리는 느낌이 안들었다. 평소에 내 방에 혼자있게되면 문좀 잠구고 있으라고 했는데, 또 까먹었나보다. 나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문고리를 잡고 당기다가, 무의식적으로 멈춰버렸다.

 문틈 사이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불안감. 굳어진 채로 생각하다가 곧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문틈 사이로 불빛이 세어나오지 않는다.'
 

 불이 꺼져있다? 왜지? 소윤이가 밖에 나갔나? 그럴리가. 아무리 소윤이라도 밖에 나갈 때 까지 문 잠구는것을 까먹었을까?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흘렀다.왜?
 
 비릿한 불안감이 전신에 퍼져가며 머릿속에 온갖 의문이 떠올랐다.왜?

 이 문을 당장이라도 열어야 하는데, 왠지 열면 안될거처럼 생각됬다.왜?

 여는 것을 몸이 거부하는 것 같았다.왜?

 내 몸이 느끼는 감각 하나하나마다 뇌가 의문을 느낀다. 본능을 억누르고 내 팔을 움직였다. 이윽고 열린 문. 내 앞에 드리워진 것은 암흑이었다. 

 방 안으로 한발 내딛자 엄습해오는 탁한 공기.

 무거운 공기에 방안의 분위기가 가라앉은게 온 몸으로 느껴졌다.

 "...소, 소윤아?"

 나는 신발장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돌아오는건 침묵뿐. 나는 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거지? 알 수가 없었다. 이유를 몰랐다.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전등의 스위치에

 손을 얹어, 그 의문을 확인하려고 했다.

 불이 켜지고 보이는 방의 내부. 나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풍경이 보이는데도,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생판 처음보는 외국어로 된 책을 보는듯, 보면서도 뭔지 알 수가 없는 그런 느낌.
 
 그것이 마침내 뇌 속의 인코딩을 거쳐 이해가 되기 시작했을때,

 "으, 으아아... 우,으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돌연 들려오는 비명소리. 이윽고 그것이 내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것을 깨닫는다.

 "으, 으아악, 으엑, 욱, 우웨에에에에에에엑, 쿨럭, 우웨엑, 켁,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억."

 가장 먼저 밀려오는 것은 공포와 구토감. 온몸이 떨렸다.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무서웠다. 그저 무서웠다. 다른감정보다 공포가 가장 컸다.

 생전 처음보는 '그것'은 상상하던것 이상으로, 창작물에서 보던것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우웩, 쿨럭, 으에엑. 헉, 허억, 흐아아악, 흐억."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구토했다. 장이 뒤틀렸다. 계속되던 구토에 모든것을 개워냈을때 쯤, 그때서야 또다른 감정이 몰려왔다.

 "소, 소윤아? 소윤아... 소윤아. 소윤아! 으어, 으아아아아아아아!"

 슬픔. 압도적인 상실감. 나의 모든것을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

 나는 구토로 얼룩진 바닥을 집고 소윤이 곁으로 기어갔다. 아니 정확히는-'소윤이 였던 것 곁으로.'

 "왜? 왜? 소윤아. 아니지? 응? 이거 나 놀래키려는 거야? 응? 왜? 어?"

 나는 그것을 부정했다. 용납할 수가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평범하던 내 삶에서 너무 이질적인 현상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너무나 끔찍했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나를 응원해주던 그녀가, 어째서 이런 꼴이-

 옆구리가 무언가에 의해 찢어진듯, 혹은 터진듯, 벌어져 생전 처음보는 살덩이들과 점액, 피가 온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으흑, 으아아아아악, 흐끅, 흐윽."

 도저히 살아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꿈인거 같았다.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다. 그저 그녀였던 것 옆에 엎드려 울었다.

 나는 무력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분노.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대한 분노.

 이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분노. 아무도 그녀의 죽음에 대해 설명을 안해주는 것에 대한 분노.

 "흐윽,윽-"

 그러다 어떠한 것을 깨달았다. 몸의 떨림이 멈췄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정신을 차리자 나는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쿠당탕. 퍼억. 빠각.

 "크윽..."

 계단을 그냥 뛰어 내렸다. 착지에 실패해 굴렀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빠져나와 깨졌다. 나는 다시 일어나 몸을 날렸다.

 쿠당탕, 퍼억.

 계단을 구르듯 내려갔다. 내가 어떻게 되던간에 중요하지 않았다. 무작정 건물 밖으로 나갔다.

 "허억, 허억, 허억"

 달렸다. 언덕쪽으로 향했다.
 
 비탈길을 내려간다.

 큰 길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아마 사람들 많은 곳으로 피했겠지. 교통수단이 많은 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아직 그와 엇갈린지 얼마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그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그저 그를, 죽이고 싶었다. 죽일 것이다. 죽여야만 한다.

 아까는 몰랐던 그가 풍기던 냄새의 정체가- 피냄새라는걸 이제 알았으니까.

 내리막길에서 가속도가 붙어도 멈추지 않았다. 언덕 끝에서 바닥에 머리를 박을 기세로 달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 몸의 통제권을 분노에 맡긴 채, 그저 내던졌다.

 큰길 쪽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사거리.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잠시 망설이다, 그대로 앞으로 달렸다. 고민하다가 그를 놓칠수는 없었다. 서있는 사람들을 밀쳐냈다.

 "어?"

 위화감이 느껴졌다. 뭐지? 무언가 잊은게 있었나? 무언가 실수했나?

 "빠아앙-"

 "어-"

 퍼억.

 돌연 귀가 먹은듯, 소리가 멀어졌다. 몸이 가벼워졌다. 마치 물속에 잠긴듯한 느낌.

 그러다 무언가에 끌려간다. 추락감.

 퍼억.

 구르는 시야. 늘어진 내 손끝이 보인다. 그리고 멀찍히 서서 날 보고있는 사람들. 날 향해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윽고 시야가 흐릿해진다.

 아아, 신호등을 까먹었구나. 이거야 실수했군.

 나의 의식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삐비비빅, 삐비비빅."
 
"-!, 허억, 헉, 헉."

들려오는 알람 소리에 의식이 각성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다. 상반신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평소의 내 방이었다.

"윽..."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을 참았다. 얼마후 고통이 가셔가자, 정리안된 기억과 감정이 몰려왔다.

"어? 소윤아, 소윤아!"

일어나서 방안을 헤집었다. 아무리 봐도 평소의 방으로, 그 끔찍한 참상이 벌어졌던 곳으로는 안보였다.

"꿈이었던건가?"

그러기엔 너무나 기억이 생생했다. 감정이 통제가 안됬다. 꿈이었다면 언제부터 꿈이었던거지?

나는 허겁지겁 스마트폰을 켜서 소윤이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

"...어?"

다시한번 전화번호부를 천천히 넘겼다.

"없잖아."

없다. 아무리 천천히 넘겨봐도, 가나다 순으로 배치해 하나하나 살펴봐도 소윤이의 전화번호 저장됬던것이 없어졌다.

무슨 오류일까 생각해 통화기록도 살펴본다. 메세지 보관함도 살펴본다.

"없잖아."

어딜봐도 없었다. 소윤이에 대한 기록이 내 스마트폰에서 일절 남김없이 사라졌다.

"젠장!"

평소에 항상 저장된것으로 연락해서 전화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대로 포기할 수 없어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뒤지다가, "이인영 아주머니"란 이름을 발견했다.

소윤이의 어머니의 전화번호는 남겨져 있었던 건가. 나는 망설임없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몇번의 신호가 간 후에 통화가 연결됐다.

"아주머니! 소윤이좀 바꿔주시겠어요? 지금 집에 있나요? 소윤이 무사한거 맞죠?"

"...예?"

내가 너무 횡설수설해서 당황하신거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아, 죄송해요. 소윤이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뭔가 오류때문인지 전화번호가 날아가서요. 소윤이좀 바꿔주실수 있나요?"

"죄송한데 누구신가요? 전화 잘못거신거 같은데..."

"저 까먹으신 거에요? 진이에요, 성진! 제가 어릴때 아주머니댁에서 자주 부모님 기다렸잖아요."

"응? 아, 진이었구나? 오랜만이네, 어쩐일이야?"

"예? 그러니까 소윤이좀 바꿔주실수 있을까요?"

"미안한데, 아줌마는 진이가 무슨예기 하는지 잘 모르겠는걸.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아니니?"

"그게 대체 무슨말씀이시죠? 소윤이 집에 없나요?"

"... 진아, 그 소윤이가 대체 누구니? 아줌마는 처음 듣는데."

"네?"

처음 듣는다? 대체 그게 무슨의미지? 자신의 딸 이름을 처음듣는다니?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 지금가요! 미안한데 아줌마가 일하는 중이라 말이야, 중요한 일이면 나중에 다시 연락주렴."

통화가 끊어진다. 다리에서 힘이 풀려 그대로 침대에 넘어졌다. 뭐지? 내가 전화를 다른사람에게 걸었나?

다시 스마트폰을 살펴보다가 위화감을 느꼇다.

"'이인영 아주머니' 라고?"

소윤이네 어머니 이름을 내가 이렇게 저장했을리가 없다. 무언가 착각한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그외의 다른번호는 찾지 못했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이니? 별일이네, 너가 전화도 다하고."

"엄마, 내가 어릴때 자주갔던집의 엄마친구 이름이 '이인영' 맞아?"

"응? 맞는데, 그건 왜 물어?"

"그 집에 말이야, 소윤이라고 딸이 있지 않았어? 엄마도 잘 알거아냐, 내가 어릴때 부터 같이 놀았던."

"뭐? 얘가 무슨소리 하는거니."

그후에 들려오는 충격적인 사실.

"인영이가 불임이라는건 너도 전에 들었잖니? 너를 봐준것도 아이가 생긴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혼쾌히 받아들였던 거라고 했잖아. 인영이 아주머니에게 감사하렴."

"하, 하하."

손에 힘이 풀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아직도 꿈속인 건가? 뺨을 때려본다. 아니면 모두가 나를 놀리고 있는건가? 그럴 이유가 안보인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소윤이에 대한 것을 찾기위해 무작정 움직였다.

소윤이 sns를 검색했다. 없었다. 소윤이의 메일을 검색했다. 없었다. 소윤이의 게임 아이디를 검색했다. 없었다.

내게는 소윤이의 친구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밖으로 나왔다.

소윤이의 학원을 찾아갔다. 소윤이가 다니던 기록을 찾기위해 학원매니저에게 물었다. 없었다.

소윤이가 자주가던 화장품가게를 찾아갔다. 점원에게 소윤이에 대하여 물었다.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소윤이의 학교에 찾아갔다. 소윤이의 반이 기억이 안났다. 교무실에 가서 무작정 소윤이에 대해 물었다. 그런 학생은 없었다.

소윤이 집에 찾아갔다. 집 안에 아무도 없어 아주머니가 퇴근할때 까지 문앞에 쭈그려앉아 기다렸다. 아주머니가 돌아오시자마자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없었다. 없었다. 없었다. 없었다.

어디에도.

아무리 찾아도 소윤이가, 소윤이가 살았던 흔적이, 소윤이가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

내 기억 속에는, 내 가슴 속에는 이렇게 생생히 살아있는데, 이 세계에서 존재가 지워진것 같았다.

더 이상 떠오르는 곳이 없어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허탈했다. 온 몸에 힘이 없었다.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지쳐 쓰러지자 반대로 정신은 냉정해졌다.

스마트폰을 켜 시각을 확인한다. 10시 20분.

"어?"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 원인을 찾기위해 곰곰히 생각한다.

"분명히 스마트폰, 떨궈서 깨졌을텐데-"

그때서야 내가 당했던 일을 떠올려갔다. 소윤이가 사라진 것뿐만이 이상한게 아니었다.

계단에서 구를때 깨졋던게 분명한 스마트폰이 원래대로 돌아와있다. 차에 치여서 날아갔을 내가 멀쩡히 살아있다. 집에 온 기억이 없는데 침대에서 눈을 떴다.

일련의 사건이 없었던 일인마냥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이해가 안되는 현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책상에 앉아 종이와 펜을 잡고 하나씩 써내려갔다.

소윤이가 살해당했다. 범인은 아마도 계단에서 마주친 후드티를 입은 사람. 대체 그는 왜 소윤이를 죽인걸까?

내가 아는 바로는 소윤이가 살해당할 정도로 누군가에게 원망당한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면 그 사람이 소윤이의 스토커,혹은 성범죄자 인가? 소윤이가 당한 방 안을 떠올려 봤지만 추행당한 흔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묻지마 살인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죽일 대상이 상관없다면 구지 내 방까지 와서 소윤이를 죽였을리 없다.

잠깐만, '그 자'는 왜 내 방까지 와서 소윤이를 죽인거지? 소윤이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 일이 없는데 내 방에서 살해당했다.

이것은 소윤이보단 내 방에서 살해당한게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혹시 '그 자'는 소윤이보다 나를 죽이려던 것이었을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일은 없지만, 그 외엔 구지 내 방에 온 이유가 안보인다.

그런데 나를 죽이려던 거였다면 소윤이는 왜 죽인걸까? 나를 죽이려 방에 왔는데 소윤이 밖에 없어서, 자신이 범인이란것을 나에게 들키지 않기위해 죽인걸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나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소윤이만 죽이고 도망갔을리도 없고, 내가 오는것을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죽였어도 될것이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나는 '그 자'와 계단에서 마주쳤다. 그가 나를 죽이려 했던 거라면 그냥 지나쳐갔을 리가 없다. 한마디로 그는 나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죽이려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방에 있는 사람' 이었던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만약 그게 맞다면 '그 자'가 나에게 특별히 원한이 있어서 죽일려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시주받은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내가 살고있는 방의 위치를 받으면서 '그곳에 있는 사람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자'에게 의뢰한 사람은 나를 죽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안죽고 소윤이가 죽었다.

따라서 의뢰자가 나를 죽이고 싶다면, 다시금 '그 자'를 시켜서 나를 죽이려 할 지도 모른다.

"후,후후..."

웃음이 나왔다. '그 자'가 나를 죽이러 다시 온다면 그것은 나에겐 둘도 없는 행운이다. 어딨는지도 모를 복수의 대상이 제 발로 찾아오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반드시 복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남았다. 대체 왜 소윤이에 대한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거지? 소윤이가 살해당했던 사실이 없었던 일이 된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이해의 범주를 초월한 문제였다.

나는 없어진 것이 된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하여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일들을 전부 적기로 했다.

어제는 아르바이트 면접을 갔었고, 매장에 못들어가고 배회하고 있을 때 소윤이에게 응원의 문자가 왔다.

그 전날은 소윤이에게 이력서 적는 것과 눈썹정리등 도움을 받고, 내가 검진받으러 갈때 소윤이는 방에 남았다.

그 전날은 소윤이와 게임하고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사줬다.

그 전날은...

"어?"

그 전날은? 소윤이와 게임하고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준 그날, 그날 이후의 기억이 없었다.

"뭐, 뭐지?"

머리를 움켜쥔채 고개를 책상에 박았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전의 기억이 없다.

혹시 내 기억도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아, 안돼. 이럴 수는 없어."

두려웠다. 나까지 소윤이에 대한 것을 전부 잊어버릴까봐. 소윤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까봐.

무서웠다. 눈물이 흘렀다. 소윤이가 이렇게 나에게 큰 존재였는지,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그녀없이 살아갈 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 감정이 곧, 분노로 바뀌었다.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없앤 놈에 대한 증오.

나는 컴퓨터에 전원을 켜 최근에 있었던 살인사건 부터 닥치는 대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 자'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찾기위해, 나는 정보의 늪속에 빠져갔다.


////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산 물건들이 들은 봉투를 왼손에 들고 계단을 오른다.

이윽고 도착한 문 앞에서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풀었다.

그 후 나는 쭈그려앉아 문 밑쪽을 확인했다.

"이상없군."

문 밑쪽의 문틈에 붙여둔 얇은 투명테이프가 제대로 붙어있는것을 확인하고는 떼었다.

"이짓거리 한지도 꽤 지났는걸."

소윤이가 없어진지 두달이 지났다. 그 일 후부터 내가 없는사이 누군가 방에 들어왔을지를 확인하기위해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방에 들어가 불을 켜자, 2달전보다 상당히 달라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종이들이 잔뜩 붙은 오른쪽 벽면. 쓰레기들이 겹겹이 쌓인 책상. 잡스러운 물건들이 가득담긴 상자와 침대밑.

신발을 벋은 후 마룻바닥의 특정부분을 피하기 위해 다리를 길게뻗어 안쪽으로 들어왔다.

평소의 일과를 하기위해 A4용지가 덕지덕지 붙여진 벽쪽에 섰다.

최근 5년동안 일어난 살인사건들을 정리한 내용들이 가득찬 쪽과, 소윤이를 잊지않기 위한 내용들이 가득찬 쪽이 나눠져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3일간의 소윤이와 지낸 날들, 소윤이의 성격과 취미등의 특징, 소윤이의 모습을 최대한 기억에 살려 그린 그림등.

나는 소리내어 그것들을 읽었다. 그 후 뒤를 돌아 안보고 그것들을 외웠다. 소윤이를 잊지 않기 위해. 복수를 잊지 않기 위해.

평소의 일과를 끝내고 마룻바닥에 앉아 들고 온 봉투를 열었다.

a4용지 묶음과 펜등의 필기구 밑에 보이는 이질적인 물건.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던 물건을 이번에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구했다.

나는 그것을 꺼내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낡아보이는데 괜찮은가..."

내 손에 들려있던 것은 방검복. 직거래하러 갔을 때 판매자인 중년남성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게 생각났다. 나같은 놈이 이런걸 어디에 쓸지 궁금했겠지.

"셔츠아래 입는 건 무리군,"

조끼같이 생긴 방검복은 생각보다 부피가 있었다. 이걸 입고 나갈때는 위에 바람막이라도 하나 걸쳐야겠다.

입고서 사이즈를 조절한 후 침대밑에 있던 박스를 꺼냈다.

박스를 열자 내가 수집해둔 무기가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식칼, 날을 갈아둔 사무용 가위 등의 휴대하기 쉬운 것들부터 목공용 톱, 새벽에 몰래 공사판에서 가져온 잘린 파이프등의 부피가 큰 것들까지 구할 수 있는대로 모아뒀다.

이런게 진짜로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 보단 나을 거다.

방검복을 벗어 박스에 넣고선 책상에 앉았다. 컴퓨터의 전원을 키고 검색창을 연다.

'그 자'의 단서가 될 만한 사건이 없는지 찾는다. 벌써 수백번은 본 정보들만이 화면에 가득하다.

검색엔진을 바꾸면서 찾아보지만 별다른 차이는 안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흘린 단서가 있을까 모든 글을 하나하나 눌러본다.

언제쯤이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그 자'를 찾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소윤이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그 자'가 나를 죽이러 올까.

끝이 안보이는 암흑.

소윤이가 죽은지 벌써 두달이 흘렀다.

그녀가 없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삶을 이어갔다. 알바 같은것은 할 수 없었지만, 돈을 아끼고 아껴가며 최소한으로 버텼다.

오직 복수 하나때문에. 그거 외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것 이후의 계획같은건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슬슬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둘다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점점 궁핍해지는 생활, 계획없는 기다림, 의미없는 나날들.

'그 자'가 날 죽이러 오지 않아도 머지않아 알아서 죽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전에 그가 날 죽이러 오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

"빨리 날 죽이러 와라..."

의미없는 검색을 포기하고 책상에 엎어졌다.

사실 '그 자' 가 나를 죽이러 올거란 것은 나의 조잡한 추리에 의한 것으로, 혼자 망상에 사로잡혀 뻘짓 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나같은 놈을 죽일 이유도 모르겟고...

자포자기한 채로 의자에서 굴러떨어지듯 침대에 누웠다.

생각을 포기하고 벽쪽을 보고 웅크렸다.

멍하니 초점을 흐린 채로 누워있던 시선의 구석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이게 뭐지?"

침대 모서리와 벽틈에 끼어있는 한장의 종이.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던 문양이 박혀있었다.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들었다. 2달전의 날짜가 쓰여진 그 종이는, 내가 마지막으로 간 정기검진의 검진표였다.

"그러고보니 검진도 안간지 꽤 됐군."

검진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근데 내가 무슨 검진을 받으러 가는 거엿더라?

검진표를 읽어 내려간다. 병명과 증상의 경과, 투약 기록등이 적혀있다.

나는 그것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했다.

"조현병...?"

처음 듣는 생소한 병명에, 스마트폰을 켜 찾아본다.

"하,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쾅,쾅.

벽에 머리를 박았다.

내가, 정신분열증이라고?

화면에 나와있는 정신분열증의 증상-환청,환각과 망상.

이젠 나를 정신병자 취급 하는건가?

소윤이가,'그 자'가, 전부 내 망상에서 나온 거라는 건가?

그럴리가 없다. 그럴리가 없는데, 세상의 모든것이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생각해보니 이상하긴 하네. 나같은 방구석폐인한테 잘해주는 귀여운 소꿉친구라니, 그런게 있는게 이상하잖아?

만화에나 나올법한 설정이잖아? 정신병자의 망상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는군.

그럴꺼면 왜 죽여버린 걸까? 기왕 망상인거 끝까지 꿈꾸게 해달라고.

"그래, 그렇구만. 내가 정신병자인 거엿어~."

웃으면서 돌아눕자 처음보는 검은색 기둥같은게 보였다.

"응? 이건또뭐야."

올려보자 반사적으로 헉 소리가 나왔다.

카키색 후드티에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자. 내가 그토록 찾던 그 였다.

"참나, 정신병자가 맞긴 한가보네. 이런 리얼한 환각을 다보고."

정신병자인걸 자각하자마자 이런 환각이 보이다니 좀 어이가 없군.

"야,너 뭐라고 말이나-"

휙. 우직.

"엥?"

갑자기 그의 어깨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나무같은게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아아아악!"

내 왼쪽 어깨에서 느껴지는 격통. 내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였다. 내 쇄골을 작살낸 검은 무언가는 뱀이 기어가듯 기분나쁜 움직임을 하며 그에게로 돌아갔다.

"크윽."

나는 작살난 쇄골을 움켜쥔채 그에게서 거리를 벌리기 위해 몸을 날려 현관쪽으로 갔다.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신발장을 열어 안에 들어있던 목공용 톱을 꺼냈다. 혹시몰라 무기를 여러곳에 분산해서 넣어둔게 도움이 될줄이야.

톱을 움켜쥔채 그와 대치한다. 몸을 지배하려는 공포를 분노로 억눌렀다. 그렇게 기다렸던 기회다.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겐 비장의 수가 하나 있었다. 호흡을 고르며 그의 상태를 살폈다.

내 침대 옆에서 돌처럼 서있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쪽을 바라봤다.

그러고선 어떠한 준비자세도 없이, 내쪽으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읏-"

무심코 눈을 감을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내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그는.

우직. 쿠당탕.

"!"

그대로 다리가 빠져 넘어졌다.

 내가 들어올때 다리를 길게뻗어 들어온 이유. 현관앞쪽의 마룻바닥을 파낸후, 거기에 유릿조각등을 뿌려놓은 다음에 얊은천으로 덮어뒀다.

내가 없는 사이에 방에 들어오면 빠지라고 만들어 둔 함정인데, 이렇게 쓰일줄이야.

"하압!"

나는 엎어진 그를 향해 체중을 실어 있는힘껏 톱을 휘둘렀다.

퍽. 그의 어깨와 목 사이로 꽂히는 톱. 뼈에 걸리는 것인지 생각보다 깊게 공격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흐읍!"

다시 톱을 들어 휘두르려고 하는 순간-

푸숙, 푸숙, 퍼억.

그의 등쪽에서 또다시 검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으어억, 커헉, 쿨럭."

처음 느껴지는건 매우 서늘한 이물감과 둔하게 느껴지는 뻐근함. 그리고 뽑혀 나가자 정신이 멍해질 정도의 격통이 밀려왔다.

검은 무언가는 내 배와 갈비뼈쪽을 완전히 관통시키고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자리에서 무너져 쓰러졌다.

차가운 현관의 타일의 감촉과 뜨거운 내 피가 흐르는게 동시에 느껴졌다.

"크으윽,으윽."

어떻게든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어느새 일어난 그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선 그의 어깨에 또다시 검은 무언가가 나오는게 보이더니, 그대로 시야가 암전됐다.


/////


투둑.투둑.

"으,으음..."

투두둑,투둑. 투두둑.

"으음...?"

무언가가 얼굴을 두드리는 감각에 눈이 뜨인다.

시야에 들어오는 먹구름 낀 하늘. 누워있는 뒤통수에 꺼끌꺼끌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뭐지?"

몸을 일으키려고 손을 짚자 느껴지는 풀과 돌, 흙등의 감촉.

주위를 둘러보자 처음보는 풀과 나무들이 보인다. 당최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숲 속인건가?"

그거 외엔 이 장소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투둑, 투두두둑.

곧 소나기라도 쏟아질것 같게 생겻다. 아직 머리가 멍했지만, 나는 일단 자리를 피하기 위해 일어났다.

"응? 뭐야이건."

다리에 무언가 걸려서 봤더니, 왠 가방이 하나 있다.

황색의 밋밋한 디자인에 어깨에 거는 용도인지 긴 줄이 하나 달린 가방.

들어서 보니까 재질이 가죽인거 같은데, 흔히 보는 가죽가방같은게 아니라 염색이라던지 가공이 하나도 안된것 마냥 말린 가죽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일단 그것을 어깨에 맨 채 조금 걸으니 왠 동굴이 하나 보여서 그곳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동굴은 별로 깊은것도 아니었지만 안쪽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서 입구쪽에 쭈그러 앉았다.

"이번에도 사지가 멀쩡하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분명히 몸이 관통되어 피떡이 되었을테지만 멀쩡하다. 이번에도 소윤이가 당했을 때처럼 없었던 일이 된것일까? 다른점이 있다면 생판 모르는 곳에서 눈을 떴다는 점정도.

"설마 이것도 전부 내 망상이란거냐..."

검진표에 내가 조현병이라고 나와있다고 해도 그것을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의심하는것을 그만두고, 소윤이가 있던 원래의 기억이 정상이라고 기준을 잡고 생각했다.

소윤이가 '그 자' 에게 살해당하고 무언가 일어나서 소윤이의 존재가 없어졌고, 그것에 따라 소윤이를 기억하고 있는 내가 정신병이 있는 것으로 개변되었다 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지만, 나를 죽일때 그가 사용한 이상한 검은 물체를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그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존재가 없어진다면 나도 존재가 없어져야 할텐데, 실상은 그저 처음보는 숲속으로 날라왔을 뿐이다. 여러가지 정보들의 앞뒤가 맞지않아 답이 안나왔다.

"일단 '그 자'는 내 망상에서 나온것 같진 않은데."

다시 생각해내도 관통당했을 때의 격통히 생생해 구토감이 느껴졌다. 어쨋든 확실한건 죽었던게 분명한 내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똑같이 '그 자'에게 살해당한 소윤이또한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만으로도 희망이 생겼다.

반드시 소윤이를 되찾고 그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되새기며 동굴안에서 웅크려 잠이 들었다.


작성자에 의해 2018.02.21 12:28 에 수정되었습니다.
작성자에 의해 2018.02.21 12:44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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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g가로수 02/21/12:50
소설 잘 봤습니다. 정체 불명의 누군가에게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당하고 남주가 여주를 찾아나서는 내용같은데요. 일단은 흥미롭습니다. 글도 꽤나 부드럽게 읽혔고요. 다만 주인공과 여주의 애뜻한 관계를 너무 길게 쓴게 작품을 읽기 힘들게 하는거 같아요
2 tg가로수 02/21/12:54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넣으셨는데 메인스토리랑 연관이 거의 없어보이고요 독자가 어떤 점을 보고 작품을 좋아할까? 이건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일까? 라는 생각을 하시면 더 좋은 작품을 쓰실수 있을겁니다.^^ -물론 내용 전개상 꼭 필요하다면 유지하는게 올바르겠죠
0 uonjun 02/21/01:37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통해서 여주인공이 주인공을 생각하는 마음을 묘사하면서 주인공의 찌질한 내면을 써보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나약한 정신의 주인공이 앞으로 고난을 겪어가며 새로운 인물들과 만나면서 내면이 성장하는 모습을 써보고 싶었는데, 다른 방면으로도 이것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습니다.
0 uonjun 02/21/12:55
먼저 제 글을 전부 읽어주신 것에 대한것과, 소중한 의견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주인공과 주인공사이의 친밀함이 최대한 전달되어야 상실감도 크게다가올것 같아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만, 조금더 간추려보도록 노력하겟습니다.
2 tg가로수 02/21/12:58
친밀함을 최대한 전달시키려는 작가의 의도는 진짜로 잘 느껴졌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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