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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지상 최강으로 만들어 줘! 총평 겸 한국 라이트 노벨 리뷰 10년차 소회
  4 청아비[jangwongi]
조회 1300    추천 1   덧글 2   트랙백 0 / 2020.01.05 14:52:27

1. 맙소사. 10년?


총평을 쓰기 위해 [나를 지상 최강으로 만들어줘!]의 옛 리뷰를 찾아보다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2년 전에 이 작품을 리뷰했을 때가 한국 라이트 노벨 리뷰 8년차였으니, 올해로 10년차가 됩니다. 맙소사. 정말로요? 아니 정말이네. 발매 직후 2개월 뒤에 리뷰해서 10년차가 됐네요. 뭐 연차만 그렇지 실제로는 아직 10년을 채우진 못했겠지만요. 저 같이 불평불만 많은 투정꾼이 10년동안이나 붙어 있고,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사람들은 다 판을 떠나버렸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 라이트 노벨을 리뷰했던 2010년 당시만 해도 저 같은 리뷰어는 굉장히 많았습니다. 물론 시드노벨이 갓 출범했던시기보단 꽤 줄었지만 그 당시 시드노벨 감상 비평 게시판은 정말 활발했고요.(자유 게시판은 디시 판갤급으로 활발했고) 뭐 거기 말고도 여러 곳에서 한국 라이트 노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고, 한국 라이트 노벨이 아니라 그냥 라이트 노벨이라고 해도 수많은 분석과 비평론들이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작가로만 접했습니다만. 지금 시드노벨의 중견 작가인 최지인 작가도 그런 리뷰어 출신이죠.

그리고 한 2014년? 15년? 언저리까지는 공모전이 계속 활발했고 작가들 팬사인회라던가, 노블엔진도 있었고 루트노벨이나 소라프로라는 알게 모르게 사라진 곳도 있고, 저도 라이트 노벨 비평 카페를 개설하기도 하고([허공 말뚝이] 3권 보고 충격 먹어서 폐쇄) 해서 한국에서 라이트 노벨로 뭔가를 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어요. 전부 실패했다면 모를까 나와 호랑이님이라는 작품이 히트를 쳤으니까요.

하지만 그 뒤로는 솔직히 말해서 침체의 시기밖에 없었습니다. 재부흥의 시기가 찾아오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봐온 입장에서는 사실 2014년 이전부터 위태로웠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나호급의 히트작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시드노벨 공모전에선 대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나호도 특별상으로 기억합니다.)

노블엔진에서는 한국 라이트 노벨 유일의 대상작이라고 [엔딩 이후의 세계]를 홍보했지만 류세린 작가는 엔이세를 좀 쓰다가 안 썼고요. 그 뒤에도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을 쓰다가 연중했습니다. (지금 필명을 바꿔서 [SSS급 자살헌터]를 쓰고 계신데 이건 꾸준히 연재하는 걸로 봐서 그저 돈이 안 되서 쓰지 못했거나 쓰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상을 타고 홍보한 작품조차 돈이 안 되서 접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씁쓸합니다)

그 이후 노블엔진에서는 대상작이 몇 개 나왔지만 역시 연중되거나, 아니면 아직도 느릿하게 연재되거나(몬스패닉) 하는 중이죠. 말이 샜네요. 아무튼 시드노벨은 대상작이 하도 안 뽑히니깐, 공모전 규칙을 바꿔서 출품되는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은 무조건 대상을 주게끔 했습니다. 그리고 나온 작품이,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였죠. 제가 당시에도 정말 엄청나게 깠지만, 이건 대상은커녕 입선도 아슬아슬하게 할 퀄리티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드노벨 첫 대상을 받아서, 어찌어찌 15권이나 연재되어버렸고요. 그 다음 공모전의 대상작은 그 유명한 [모에모에 조선유학]입니다. 역시 무조건 대상을 뽑을 수밖에 없어서 나온 작품이죠. 

그리고 모에모에 조선유학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편집부를 죄다 갈아버렸고요. (당시 편집부 이도경 님이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해주셨습니다. 헛소문을 유포한 것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시드노벨 공모전이 독자 투표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일단 노파심에 말해두자면 전 모에모에 조선유학을 본 적이 없습니다. 본 사람들의 평가로는 '생각보다 정상적이고 괜찮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화제성은 작품성과 예외라서요.)

그리고 그 때쯤이 한국 라이트 노벨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된 시기 같습니다. 물론 그 때까지도 흥했던 건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었고,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이 이후로 기대치가 없어진 거예요. 그래도 시장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시드노벨은 2015년에 공모전에 입선한 '보스 몹답게 행동하세요, 스왈로우 씨!'를 시드북스라는 웹소설-라노벨 포맷으로 출범시킵니다.

시드노벨이 그동안 한국 라이트 노벨을 계속 출간시킨 게 의미가 없지 않았던 거예요. 대여점 시장의 계보를 잇는 한국 웹소설에 라이트 노벨의 문법은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했고요. 시드노벨은 웹소설의 영향을 받은 라노벨, 혹은 라노벨의 영향을 받은 웹소설을 내는 출판사로 전환합니다.(성공적이었는지는 제가 회사 재무 사정을 모르니 말을 얹을 수가 없네요.) 어쨌든 시드북스에서 나오는 것들이 웹소설에 가까운 쪽이고요. 시드북스가 아닌 쪽, 오버정우기 작가의 [드래곤X프린세스X블레이드]나 [무림여학원]은 라노벨에 보다 가까운 쪽이죠.

그리고 [나를 지상 최강으로 만들어 줘!]도 그 쪽입니다. 그리고 웹소설 연재가 안 되었으니 말하자면 현 시점 시드노벨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라이트 노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 나를 지상 최강으로 만들어 줘! 총평

저는 1권이 나오기 이전, 공모전 당시부터 봤죠.(당시 시드노벨에서는 공모전 본선 진출작을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투표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1권에서의 제 평가는 흠 없이 완성도 높은 소설이었고요. 2권은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 뭔지를 말해주는, 소년만화형 걸작이고요. 3권은 충격적인 전개의 연속인 훌륭한 후속권이었습니다.

그리고 4권은 완결권입니다. 이미 조짐이 좋지 않죠. 3권 내용만 봐도 절대 4권에서 끝날 수가 없는 작품인데 완결권이라고? 조기종결의 냄새가 팍팍 풍깁니다. 그리고 조기 종결 맞아요. 작중 시간은 갑자기 빨리 흐르고, 최종보스 대신 중간보스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떡밥들을 엄청난 속도로 회수하거나, 아예 회수하지 않고 그냥 에필로그로 넘겨버리죠.

이 작품은 진짜 이렇게 급하게 끝낼 작품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5년 전에 나왔어도 지금 시기에 완결났을 거예요. 한 15권 정도로요. 10년 전에 나왔어도 지금쯤 완결났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한국 라이트 노벨'이 거의 끝난 시기에 출간된 작품이었는데 말이에요. 차라리 1권 나오기 전에 웹소설로 바꿔서 연재하게끔 했다면 좀 더 길게 갔겠죠. 하지만 그런 일도 없었고, 뭐...... 2년 연재 4권 발매로 끝났습니다.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은 많이 말할 수 있습니다. 지상 최강이라는 확실한 목표. 라이트 노벨에서는 시도되기 힘든 오네쇼타형 주인공-히로인 구도를 밸런스 좋게 잡은 것. 자기 역할을 다하는 개성 있는 조연들, 무협과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세계관 설정, 강력한 강적, 그리고 최고 수준의 액션 묘사, 배틀 플롯.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작 작품이 잠재력을 다 뿜어내지도 못하고 조기종결나고 말았는데. 조기종결인 만큼 결말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3. 결말부

하지만 나쁜 결말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기 종결이라는 형태 내에서 최대한의 결말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3권에서 등장한 강력한 중간보스는 갑자기 병에 들어 약화된 상태로 등장합니다. 주인공 일행은 그를 쓰러트리고 명성을 얻었지만, 그 누구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주인공도 여주인공도 승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상실하고 말죠. 그 와중에 현 시대의 지상 최강과 싸우는 길이 열려버립니다. 패배를 직감하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두 사람.

허나 갑작스럽게 이세계로 전이한 주인공을 지구로 돌려보내는 방법이 등장하죠. 하지만 분명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하는 게 목표였던 남주인공은 그것을 거부하고 여주인공을 지상 최강으로 만들어주고야 말겠다고 하죠. 그렇지만 분명 지상 최강이 되는 것이 목표였던 여주인공은 그것을 포기하고 남주인공을 지구로 귀환시킵니다.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이윽고 몇 십년 뒤 두 사람은 재회합니다. 남주인공은 늙지 않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여주인공은 늙었습니다. 그리고...... 지상 최강이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남주인공은 그런 여주인공도 괜찮다고 입을 맞추고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야기는 제대로 끝내지 못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그걸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결말이죠. 조기 종결이라는 걸 생각하고 보면 굉장히 여운이 남고 쓸쓸해집니다.


4. 작품의 의의

시드노벨이 같은 시기에 낸 작품들이 후속권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후 라이트 노벨 공모전 등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시드노벨이라는 '라이트 노벨' 출판사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불완전 연소긴 하지만. 그래도 남은 형태가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 작품을 언급할 중대한 의의가 있습니다. 뭐냐면 그동안 논쟁이 많았던 '한국적 라이트 노벨'에 대한 결론을 확실하게 낸 작품이라는 거죠. 이것은 제가 지난 오버정우기 작가의 [드래곤X프린세스X블레이드]나 [무림여학원] 그리고 이 책의 지난 권 리뷰에서도 말했던 것입니다만, 다시 말하자면......

이 작품은 판타지 배경에 이세계 전생. 라이트 노벨적 히로인 등의 요소를 끼워넣고 있으면서도, 일본 라이트 노벨보다는 한국의 퓨전 판타지, 무협지 등에 큰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소설이라는 거죠. 일본 라이트 노벨의 모방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판소에 일러스트만 넣은 소설도 아닙니다. 웹소설하고도 분명히 다른 계보를 가지고 있죠. 시드노벨이 뿌린 씨앗이 드디어 뭔가를 거둔 거예요.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라는 것의 결론을 말이에요.

물론 그 결론을 내는 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기껏 완성한 한국적 라이트 노벨이지만  토종 웹소설에, 그리고 일본산 이세계물에,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토양으로 다음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요? 글쎄요.

하지만 안 나오면 어떤가요. 이겼다는 것보다 힘들게 싸워서 졌다는 것에 점수를 더 줄 때도 있다고요. 10년동안 봐온 입장에서는 바로 그러고 싶네요. 이 작품의 결말처럼 말이에요.

작성자에 의해 2020.01.12 03:33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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