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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평신청] 필력 키워보려고 구상한 프롤로그 평가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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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56    추천 0   덧글 0   트랙백 0 / 2020.03.01 16:35:14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마치 제 주인을 찾아가듯 한 남자를 향해서 계속 불어오고 있었다.

초록색 빛을 잃은, 잿빛 같은 짙은 회색이 융단처럼 깔린 들판 위에 홀로 있는 남자.

이미 생기를 잃은 남녀노소의 원망 서린 눈동자들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 이 세계의 마지막 도시 앞에서.

이미 너덜너덜한 하얀색 강화복을 입은 남자가 자신의 소총을 지팡이 삼아 무릎 꿇은 채로 뒤에서 저무는 석양을 배경 삼아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주변에 높이별로 층층이 쌓인, 본래 이 곳을 받쳐오던 건물이었을 재들을 타고 넘어온 바람. 그 바람이 흐느끼고 있는 남자의 볼을 스치며 이미 처참히 죽은 사람들의 원망을 전하는 듯 보였다.

석양과 함께 비치는 저 너머의 아기자기한 중세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성과 마을들은 이미 민둥산이 되어 버렸고, 초록색 생기를 한껏 내뿜던 들판 위의 숲은 검은색으로 가득한 죽음으로 변모했다.

생기 가득하던 얼굴들은 들판 위에 층층이 쌓인 재들에 섞여 이 남자를 향한 보이지 않는 원망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원망들 속에서 그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소총을 지팡이 삼아 흐느끼는 것 외에는 없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일이다.

이것들이 모두 인류 전체의 존속을 위해서다.

누군가가 직접 인류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불순물들을 청소하는 것과 다를 것 없다.

 

아무리 합리화를 해보려고 해도 그것이 궁극적인 죄책감의 해결책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이 온 마음을 헤집어놓고 있었다.

인류를 위해서 다른 인류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제정신으로는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총을 굳게 잡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그대로 허리춤의 작은 가방에서 15cm 정도의 레이저 주사기를 꺼낸 후, 그대로 자신의 허벅지에 있는 힘껏 주사했다. 이윽고, 남자의 표정에는 평온을 넘어선 무표정이 돌기 시작했다.

재가 묻어 염색한 듯 보이지만 조금씩 보이는 색상으로 알 수 있는 짧은 회색 머리가 흩날리고, 컴퓨터 화면들이 자유자재로 안쪽에서 비치는 푸른색 눈동자는 미칠 듯이 고요했다. 아까까지의 죄책감 섞인 울음은 어느새 존재조차 그 남자에게서 잊혀져버렸다. 모든 것은 인류를 위해. 이것이 현재의 그가 유일하게 품고 있는 생각 단 하나였다.

여기는 키퍼 6. 136번 지구의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무미건조라는 말을 그대로 옮긴다면 이런 느낌일까.

이런 말을 내뱉으면서 남자는 조용히 시선을 아까 그 원망의 더미로 옮겼다. 하지만, 죄책감에 가득했던 울음 가득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불결한 것을 본 것 처럼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이내 아까까지는 죄책감에 느끼지도 못했던 잿더미들과 검은 숲의 악취에 그대로 코와 입만 가리는 형태의 방독면을 꺼내 썼다. 그러고는 그대로 아까까지 자신의 죄책감의 상징이었던 총을 다시 꺼내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손잡이를 당기거나, 탄창을 점검했다.

 

이내 돌아올 답신을 기다리며 그 남자. 키퍼 6는 조용히 원망으로 점철된 잿더미로 향했다. 그대로 잿더미 위를 조용히 올라가서는 조용히 살피기 시작했다. 쓰고 있는 헤드셋이 그 남자가 지금 가장 바라는 소리를 잡아내기를 바라며. 몇 초가 지났을까. 헤드셋이 소리를 잡아낸 순간, 그대로 밟고 있던 작은 바위를 박차며 그는 뛰기 시작했다. 몇 초 만에 달려 도착한 곳은 다른 곳의 똑같아 보이는 잿더미 위.

위치에 도착하자마자 이 남자는 그대로 잿더미 속에 손을 집어넣고는 조금 뒤져보더니, 그대로 무언가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당겨 끌어낸 것은 그 남자의 손을 굳게 잡고 있는 손이었다. 이윽고 그는 그대로 손의 주인을 위까지 끌어올려서 다른 곳으로 내동댕이쳤다.

 

손의 주인은 아무리 봐도 나이가 16은 안 넘을 것 같은 소녀였다.

이 곳의 원래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듯한 금발, 너무 영롱한 나머지 빨려들 것 같은 모습의 연한 초록색 눈동자. 푸른색 바탕에 흰색 프릴로 예쁘게 장식된 드레스와 새하얀 구두. 마지막으로 침대에 맨날 옆에 놓고 자게 생긴 갈색 빨간 넥타이 곰인형까지. 옛날 유럽 동화 속 주인공을 그대로 옮겨 왔다고 해도 믿을 수준인 아름다운 소녀였다.

단지 주변에서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눈들을 부라리고 있는 잔해들과, 소녀의 몸과 옷, 심지어는 들고 있는 곰인형씨까지 전체적으로 염색해버리고 있는 회색 잿더미들만 제외한다면, 그 소녀의 모습은 온 세상의 보호본능을 모조리 끌고 와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소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기 앞에 선 사람이 누군지를 본능적으로 깨달았는지 미친 듯이 울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골치 아프다. 이내 남자는 조용히 강화복의 목 부분에 달린 다이얼을 조금 비틀고, 손목 부분의 모니터를 몇 번 건드렸다.

그러고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그 소녀 앞으로 차분히 다가갔다. 들고 있던 소총은 소녀의 등장과 동시에 이미 수납한 뒤었다.

 

 

안녕? 꼬마 아가씨?”

이 말이 남자에게서 나오는 순간 소녀는 일시적으로 울음을 멈추고 일순 남자를 그대로 쳐다봤다. 놀랄 일도 아니다. 지금 이 소녀에게는 이 지구의 토착 언어로 방금 한 말이 들렸을 테니. 잠시 울음을 멈춘 소녀는 이내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기 시작했다.

잿더미들로 이루어진 회색 동산을 확인하는 순간, 소녀는 그대로 짧은 비명을 지르려다 이내 뒤로 풀썩 쓰러졌다.

그 상태로 소녀의 남자를 보는 시선이 이내 절망으로 차올랐다. 이 어린 소녀도 자신의 죽음이 보이는 것일까. 소녀는 이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이 꼭 안고 있던 곰인형을 쥐고는 양 손으로 남자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뇌물일까. 아니면 살려달라 하는 발악에 대한 개념이 무지한 소녀의 마지막 저항일까. 이미 제한된 감정으로도 남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이내 생각을 정한 듯, 남자는 차분히 소녀에게 다시금 다가가서 그대로 소녀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소녀의 마지막 도주 시도는 풀린 다리에 의해 40cm에서 끝났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마지막 생존자의 눈을 바라보는 것은 영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일은 일이었다.

남자는 이윽고 허리춤의 가방에서 소형 스캔 장치를 하나 꺼냈다. 그러고는 그대로 그 장치를 소녀의 손목 안 정맥과 동맥이 흐르는 부분에 가져다 대고 스캔을 시작했다.

무슨 일을 자신한테 할지 모를 남자가 알 수 없는 기계를 가져다 대자 소녀는 본능적으로 공포에 떨며 손목을 빼려고 안간힘을 써댔지만, 건장한 남자의 힘도 어려울 판에 강화복까지 갖춘 남자의 힘을 당해내는 것은 무리였다.

공포에 질렸지만, 그렇다고 움직일 수도 없는 소녀의 원망과 절망 가득한 시선을 애써 피하며, 남자는 조용히 차오르는 스캔 게이지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스캔 결과가 표시된 순간, 남자는 언어 번역 프로그램이 목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경악에 가득한 소리를 질렀다.

키퍼 반응? 말도 안 돼! 이런 문명 수준 0.5도 안될 혹성에서? 키퍼 반응이라고!? 게다가 이런 애한테!?”

이내 엄청난 한탄을 시작했다. 0.01%도 안될 확률의 재능이 눈앞에 있었다. 앞으로 있을 일에 남자는 눈앞이 새카매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여전히 겁에 질려있는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축하드립니다... ...지구 136번의 마지막 생존자분. ...당신은 인류의 영원을 위한 위대한 임무에 투입될 자원임이 지...금 증명되었습니다.”

화를 참으면서 존댓말을 내뱉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재능이 증명되는 순간, 이 아이의 후송은 지금부터 최우선 과제다.

...... 이제 당신은 공식 지구 1번의 수용소로 지금 이동하시게 됩니다. 모든 설명은 그쪽 가서 들으시길 바랍니다.”

 

 

소녀의 표정이 의문으로 가득찼다. 이 남자는 부모님이나 다른 이들의 소재에 대한 건 하나도 알려주지 않는다. 주변의 잿더미들과 처참한 풍경들도 하나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들어보니 이제는 어디론가 데려간다는 데 알려주질 않으니 소녀는 미칠 지경이었다.

보아하니 남자는 자신을 죽일 수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알 수 없는 상대와 계속 큰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내 소녀가 어떻게든 마음을 가다듬고 뭐라도 말을 해보려는 순간.

... 저기... 대체 누-”

~ 이 빌어먹을 임무에 지원하게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

... 아니... -”

그렇게 소녀의 강한 용기는 남자가 냅다 큰 소리와 함께 이마에다 붙여버린 알 수 없는 동그란 기계에 의해 처참히 무시당했다.

소녀는 남자가 기계를 붙인 순간, 남자의 시야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쉰 뒤, 뒤편을 바라보며 수납해놨던 돌격소총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그래도 잿빛 평원 위의 수평선을 주시했다.

수평선 너머에서 몰려오는 구형의 검은 그림자들. 말 그대로 약간 찌그러진 구형에 네 개의 갈고리처럼 생긴 다리들이 잿빛 평원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 키퍼 6. 저 개체들이 확인된 마지막 개체다. 저 개체들만 처리하면 귀환해도 좋다. 이후 방금 발견한 뉴 원(New One)에 대한 보고를 준비하도록. ]

틀에 박힌, 상사에게 올릴 때나 쓰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보고서를 그대로 읊는 거 같은 세상 정확한 무전음에 남자는 자그마한 코웃음을 치며 응답했다.

키퍼 6 확인. 교전 후 즉시 귀환하겠습니다.”

[ 확인. 인류의 운명은 우리 인간에게. ]

지루한 구호가 남자의 귀에 울리는 순간, 남자도 그 구호를 최대한 크게 소리지르고는, 그대로 강화복의 날개를 전개해서 자신을 공중에 띄운 다음, 그대로 소총을 들고 광란적인 사격과 함께 돌진하기 시작했다.


본디 작업하던 것에 슬럼프가 와서 필력을 키워보고자 새로 구상한 프롤로그 입니다. 아직 이 소설에 관해 구상한 건 전무하고, 이게 괜찮은 평가를 받는다면 다듬어서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부디 가감없는 평가 부탁드립니다.


작성자에 의해 2020.03.01 09:26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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